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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Nov 12. 2019

슬로우시티 늦가을 여행

고군산군도/ 선운사


군산/부안/고창

□  고군산군도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위아래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에 이르고 그 아래 서천과 군산을 지나면 해안으로 튀어나온 변산반도가 나타난다. 푸른 하늘이 더욱 높아있는 가을날, 군산과 부안 변산반도 사이 서해에 위치한 [고군산군도]를 찾았다.


[고군산군도]는 군산 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있는 군산 군도(群島)의 중심인 선유도에서 유래했다. 군도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를 포함해 총 63개의 도서로 이뤄진 천혜의 섬이다.



고려시대 수군진영이 있어 군산진(群山鎭)이라 불렸으나, 조선 세종 때 육지로 진영을 옮기면서 지명도 따라 옮겨갔는데, 기존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의 옛 고(古) 자를 붙여 고군산(古群山)이라 칭하였다.


[고군산]이란 명칭은 충무공 <난중일기>에 처음 등장한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이 고군산도를 찾았다고 적혀 있다. 열하루를 머물며 승전소식을 한양 조정에 알리는 장계를 보낸 곳이 고군산도이다.  

    


이후 [고군산]은 섬의 중심인 선유도(仙遊島)와 인근의 전체 섬을 지칭하는 명칭이 되었다. [고군산군도]는 해발 150m 이하의 낮은 구릉성 섬들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등 일부 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는 100리 길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다리가 완성되기 전에는 군산항에서 하루 두 차례 운행하는 여객선을 타고 들어갔다 한다. 군산과 고군산군도, 부안 변산반도를 잇는 새만금 방조제(33km)를 따라가니 [야미도]와 [신시도]에 차례로 닿는다.



[고군산 대교]를 지나 서쪽으로 내달려 [고군산군도]를 둘러보는데 통상 고군산도를 선유도라고 부른다. 점심은 군도(群島) 초입 무녀도의 식당(술술포차; ☎ 010-3680-8772)을 찾아 섬마을 부부가 각종 해산물로 차려낸 밥상으로 가을을 만끽한다.



이어 [선유도]를 지나 먼저 [장자도]의 부속섬인 대장도를 둘러본다. 대장도는 장자도와 불과 20m 다리로 연결돼 있다.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대장봉(142.8m)에 이른다.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팬션은 객실마다 테라스를 갖춰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간판이 어울려 보인다.



산길중턱에는 [어화대]라 불리는 목조건물이 있는데 옛날 무속인들이 풍어제(豐漁祭)를 올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무상한 폐가(廢家)로 남아있고, 조금 더 오르다보면 멀리 [할매바위]도 보인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등에 동여맨 모습으로 바다를 향해 애처로운 모습으로 서있다.


어화대
할매바위

대장봉에 오르면 사방에 펼쳐지는 섬들의 경관이 풍요롭게 비춰진다. 발밑 가까이에 [대장도]와 [장자도]를 잇는 다리가 보이고, [장자도] 끝에서는 [선유도]를 잇는 장자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무녀도]와 일대의 섬들의 풍광이 병풍을 펼쳐 놓은 듯 평화롭기만 하다.



[대장봉]에서 내려다보는 아득한 풍경을 따라 고기잡이에 나선 어선들의 조업하는 모습에서 덧없는 한적함이 느껴진다. 신선이 노닌다는 섬, 선유도는 군산 앞바다와 [고군산군도] 가운데 자리한다.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와는 다리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섬처럼 느껴진다.

  


대장봉을 내려와 선유도로 이어가는 길에는 망주봉(104m)과 마을을 잇는 선유도 백사장이 있는데, 명사십리 해변은 동서로 바다가 활처럼 휘어져 둘려있다. 선유3구를 거쳐 남악리마을 해안을 둘러본 뒤 [변산반도]로 향하는 새만금 방조제에서 [고군산도]의 석양을 담아 넣는다.


마을 포구(浦口)
새만금 방조제


이어 부안 곰소항 현경이네 횟집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길 69/ ☎ 063-581-7752)에  들러 서해진미(西海珍味)로 저녁을 마친 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소재한 숙소에서 여장을 푸는데 청명한 가을 밤하늘에는 유난히도 반짝이는 별들이 빛나고 있다.  

 



□  고창 고인돌 유적지/ 운곡 람사르습지


백합죽으로 아침 입맛을 돋은 뒤, 이른 시간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내변산(內邊山)으로 들어서니 부안 실상사(實相寺)가 일행을 반긴다. 실상사는 신라 신문왕 때 창건되어 조선조 때 양녕대군이 중창하였다고 전해진다.



실상사지(實相寺址)는 내변산의 천왕봉과 인장봉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위 형세가 온통 바위로 된 암산아래 자리 잡고 있다. 둘러볼 곳이 많아 직소폭포(直沼瀑布)를 보지 못한 채 산책길의 가을정취만 한껏 호흡하며 발길을 돌린다.



이어 고창 [고인돌 유적지]와 [운곡 람사르습지]로 향한다. 고인돌 유적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인돌 군집으로 1.5km안에 400여기의 다양한 고인돌이 모여 있는 박물관이다.



이 지역 고인돌은 능선을 따라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  매우 다양한 형식을 이루고 있어 고인돌의 변화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북에는 총 3,000기의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데 그 절반이 넘는 1,600기가 고창에 있다고 한다. 고창 고인돌 유적지는 2000년 강화 고인돌 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이 고인돌군은 청동기시대에 이미 취락을 이루고 있었음을 엿보게 하는데, 야트막한 언덕의 등성이가 수많은 고인돌을 품고 있는 모양새가 평화롭기만 하다. 기원전 수천 년부터 세월의 변주(變奏)를 견디어내며 옛 모습을 간직해 온 것이 신기롭기만 하다.  



운곡습지의 원천을 이루는 고창 [운곡저수지]는 1980년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쓰기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당시 운곡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오베이골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오다 보니 폐농경지가 놀라운 속도로 습지로 변하면서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고 있다한다.



운곡 람사르습지 생태탐방코스는 4개의 코스로 되어있는데 짧게는 50분, 길게는 3시간가량 소요된다. 여행객들이 편안히 관람할 수 있도록 많은 비용을 들여 나무 데크 다리를 조성한 듯 보이는데, 생태환경을 체험해보기에는 괜찮은 곳으로 보인다.   



이어 모양성 숯불구이(전북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183/ ☎ 063-564-9979)에서 점심을 마치고 1박2일 마지막 코스인 [선운사]로 향한다.   


 □  선홍빛 단풍 선운사  

      

도솔산(禪雲山)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선운사는 김제 금산사(金山寺)와 함께 전라북도의 2대 본사로서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상사화(相思花)

선운사의 단풍은 가을의 절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선운사 앞의 도솔천 골짜기에 울긋불긋 물들어 있는 단풍은 모든 이들을 시인의 감성에 빠지게 한다. [선운사] 부근에는 미당(未堂) 서정주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선운사] 뒤로는 추운 겨울철 피어나는 동백꽃 나무숲이 보인다. 선운사 대웅전 뒤뜰에는 500여년 된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이곳처럼 동백꽃이 하나의 아름다운 숲으로 있는 곳은 흔치 않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옛날 선운사 입구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막걸리집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그곳에는 풍천장어 가게만 즐비한데, 서정주의 선운사동구(禪雲寺洞口)에는 그가 옛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막걸리 집을 찾았지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막걸리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는 선운사 동백꽃의 고아한 자태는 시인과 묵객들의 예찬과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운사]의 사계 중 겨울을 떠나보낸 선운사 뒷마당에는 후드득 떨어진 동백꽃잎이 흩뿌려져 있다.  



녹음이 떠나갈 쯤 선운사(禪雲寺) 도솔천에는 서로를 그리다 끝내 붉게 타버린 상사화가 절경을 이룬다. 사계절 붉게 물들어 있는 선운사 주변에는 추석 즈음에 꽃무릇 상사화가 한창 물올라 있다.



어느덧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단풍이 깊어지는 십일월은 늦가을의 아쉬운 미련을 붙들고 있어 오가는 행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간은 이 순간도 떠밀리듯 흘러가며 머지않아 찾아올 동백꽃을 선운사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늦여름이면 꽃술이 아름다운 상사화가 붉은 열정을 뿜어내고, 늦가을이면 햇빛에 바랜 잎 새들이 앞다퉈 단홍(丹紅)을 자랑하다, 함박눈 내려앉는 겨울이 오면 대웅전 뒤편 숲속 동백 꽃송이가 선운사의 사계를 더욱 붉게 물들일 것이다. - 己亥 열한달 초엿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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