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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y 19. 2020

소소한 은퇴앨범


  炤炤한 은퇴앨범


몇 년 전 IBK 모행(母行) 하반기 부점장 인사가 7 12일에 있었다. 내가 퇴임하던  하반기 인사는 716일이었는데 인사가 나흘이나 앞당겨 진 것이다. 반기(半期)실적을 기준으로 열흘만에 인사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사관리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격세지감느끼게 한다.


정년퇴직이었던 2010년 8월 말부터  [조선왕과의 만남] 집필을 시작해 이듬해 7월 마지막 황제 순종 편을 마감하며 1년여에 걸쳐 44편의 초고(草稿)를 마감했다. 그러다보니 1차 탈고와 함께 퇴임 1년을 함께 맞이한 셈이었다.


은퇴앨범 (2010. 07)

돌이켜보면 당시 글 쓰는 일에만 몰두했던 1년이란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렀던지 감회가 새롭다...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앞두고 송별회식을 마친 뒤 전자메일로 “아름다운 이별여행"이란 소회(所懷)를 직원들에게 전한 뒤, 종합검진을 받을 겸 3일간의 마지막 휴가를 보냈다.



인사발령 전날 착잡한 마음으로 출근해 업무를 마감한 뒤 개인사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서무팀장이 용인시 변두리 산중턱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았으니 직원들과 함께 저녁저리를 갖자고 하여 뜻밖에 송별식을 추가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에 직원대표가 앞에 나와 내가 휴가를 가있는 동안 직원자신들이 만들었다는 [추억앨범]을 전해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앨범을 펼쳐보는 순간, 직원들 앞에서 감격의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들이 전해준 앨범을 보며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후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최종 근무지 기념사진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원천동]지점은 전임 지점장이 퇴임을 1년 앞두고 최하위 실적으로 후선배치 됐던 대형 점포였다. 당시 지점에 부임해보니 만성꼴찌였던 영업점 탓에 직원들의 사기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몇 년간 반복됐던 실적부진으로 승진누락과 함께 실의에 빠져있던 직원들과 1년 반을 함께 뛰면서 상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하위권을 벗어나기 위해, 내 자신의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직원들의 승진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며 영업에 임했다.


직원들과 1박2일 (2009년)

신도시인 화성통탄지역 영업점에 밀려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내가 아닌 직원들의 승진을 위해 본부장에게 진정으로 읍소(泣訴)하며 실적개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당시 어려운 가운데서 승진누락 3년 만에 하3위를 벗어나며 직원 2명이 부지점장과 과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1년 반을 함께 고생했던 다른 직원들도 내가 퇴임한 이후에 좋은 소식을 이어갔다. 본부 부서장으로 1년을 머무는 동안에도 인사부를 설득해 전례 없는 5명을 승진시켰지만 정작 나 자신은 고향인 수원지역으로 나오게 되었다.


2016년 송년모임

7년간 지점장을 역임하며 당시 말로 다 못할 경영진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지만 고향에서 좋은 후배직원들과 함께 나눴던 일들만큼은 내 평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보람으로 남아, 지금도 연말이면 빠짐없이 OB모임에서 함께 만나보고 있다.


2017년 송년모임

2019년 송년모임에는 아내에게 OB회원 수만큼 종이 브로우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전달하기도 했다. 10개의 꽃모양 장식이 각기 다르기에 종이봉투에 넣어 즉석에서  뽑아 나눠 갖으며 시종(始終) 화목한 시간을 이어갔다.


브로우치 인중샷

퇴임 후 10년 세월을 거슬러 회상해보며 지금도 자신들의 승진기쁨과 이동소식을 전해주는 살가운 후배들이 진솔하게 만들어 주었던 추억의 [은퇴앨범]을 다시 펼쳐보니, 그 시절 그 기억에 엷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Extra Shooting

2018년 송년모임

Stil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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