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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y 15. 2020

북창동 부산갈매기


□  북창동 먹자골목 부산갈매기


반쪽 겨울에 짓눌렸던 삼월을 떠나보내며 비로소 봄꽃이 활짝 핀 사월의 첫날을 맞이한다. 거리의 활력을 느껴볼 겸 남대문시장에 왔다가 춘곤(春困)도 해소할 겸 북창동 30년 전통의 소문난 맛 집을 15년 만에 찾아가 본다.


서울시청 맞은편 플라자호텔 뒤쪽 북창동 비좁은 먹자골목에는 점심시간이면 긴 행렬이 늘어서는 생태찌개 전문점 [부산갈매기]가 있다. 1983년에 문을 연 작은 음식점은 이 비좁은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라고 한다. 



이 가게는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저녁이 되면 술손님으로 만석을 이룬다. 회현역에서 남대문시장을 지나 부산갈매기에 도착했는데, 초행길에는 북창동 맛 집답게 골목골목을 찾아들어 가야하기 때문에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가야 한다. 


남대문시장 인근 북창동 골목 깊숙한 곳에는 생태찌개로 유명한 가게 두 곳이 있다. 그중 [부산갈매기]는 북창동 일대에서 너무나 유명한 식당으로, 통상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30~40분간 줄을 서 기다려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원조 격인 [부산갈매기] 맞은편에는 [속초생태집]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도 든든한 단골들을 보유하고 있는 맛 집이다. 식당규모는 속초집이 훨씬 더 넓고 쾌적하지만, 사람들은 비좁은 내부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오래된 부산집을 꾸준히 찾는 것 같다.


[속초생태집]의 매운탕 국물이 칼칼하고 깔끔하다고 소문난 반면 [부산갈매기]는 푸짐한 식재료의 신선함을 좋아하는 단골들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식당으로, 북창동 일대에서 [부산갈매기]의 인기는 독보적인 듯 보인다. 



이곳 여사장은 부산출신으로 매운탕이 경남풍의 요리방법이지만, 부모님이 전남출신 이어서 그 맛은 전라도식 가정집의 맛을 내준다고 한다. 이곳의 메인메뉴는 생태매운탕이고 그밖에 생대구 매운탕과 생삼겹살도 있다.



[부산갈매기] 식당은 매일 새벽시장에서 장사할 만큼의 생태를 직접 사가지고 와 장사를 하고 있으며, 당일 생태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만큼 재료의 신선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이 이곳의 음식 맛을 더욱 만족스럽게 하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는 통상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기에 시간을 조금 늦춰 겨우 자리를 잡고 생태매운탕을 주문한다. 반쯤 끓여 나오는 매운탕 냄비위로 푸짐한 미나리와 다진 마늘이 얹어져 바라보는 이의 입맛을 더욱 돋군다.  



얼큰한 국물에 간이 배어있는 담백한 생태 살과 탱탱한 명란뿐만 아니라 암컷 알뭉치인 곤이(鯤鮞), 수컷 이리(精巢)의 고소함과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애(肝) 등 내장이 추가되고 두부, 콩나물, 무, 파, 미나리 등 각종 야채로 맛을 내기에 깔끔하고 시원한 매운탕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부산갈매기]는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텁텁한 뒷맛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특히 신선도가 좋은 생태 때문인지 끝 맛에서 달달함이 더해진다. 


명란(明卵)

생태나 동태를 끓일 때 올라오는 기름은 100% 천연수용성 기름이기에 몸에 좋은 기름이라고 하니 그냥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가격대가 비싼 것 같지만 실제 나오는 음식량이 푸짐한 편이어서 생태매운탕 소(小)는 3명이 먹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리

점심때 2명이 식사 할 경우에는 생태찌개 2인분을 주문하면 20,000원이다. 생태찌개는 점심시간에만 있는 메뉴이다. 생선내장을 좀 더 푸짐히 먹으려면 10,000원에 내장을 추가하면 된다. 


애(肝)

통상 메인메뉴인 생태매운탕(小: 35,000원)이 푸짐하지만, 2명일 경우 생태찌개에 생선내장에 추가하면 30,000원에 알뜰히 먹을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오후 9시를 넘기면 문을 닫기에 2차 술손님은 아쉬울 듯 보인다.  


곤이(鯤鮞)

[부산갈매기]는 가격대비 맛좋은 생태 살과 푸짐한 생선내장에 시원한 느낌의 국물 맛 또한 좋다보니 오랜 세월동안 잊지 않고 찾아갈 수밖에 없는 식당이 아닌가 싶다. (서울 중구 북창동 94-42/ ☏ 02-773-8146)



다만 찾는 손님은 많고 내부가 협소하다보니 서비스에 대해 호불호가 다양한 편인데 불친절하기 보다는 손님에 대한 대응이 늦다보니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이러한 불편함을 이해하고 찾아간다면 맛난 생태매운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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