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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pr 21. 2020

지천명과의 작별


□  知天命과의 作別

 

2013 癸巳年 연말이 다가오며 나의 50대 삶도 아쉽게 저물어가고 있다. 내가 2010년 8월 말일자로 퇴임을 했으니 어느새 3년이 흘러간 셈이다. 나는 퇴임 후 내 거취를 두고 퇴직이란 말 대신에 은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그 까닭은 “퇴직”이 현직에서 물러나 영리기업에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의 상황이라 한다면 “은퇴”는 직임에서 물러나 경제활동에서 손을 뗀 상태지만, 유로운 가운데 비영리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해 가며 사회활동을 지속해가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퇴임 후 삶이라는 것이 누구나 그러하듯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나 역시 3년이 지나는 동안  차례 착오를 겪었다. 퇴임초기 주변지인의 추천으로 재취업 기회도 있었지만 퇴임 전 계획했던 조선왕릉에 대한 집필을 고집하며, 재취업 선택을 포기 했었다.


조선27대 왕조

탈고를 끝낸 1년 뒤 절친의 추천으로 3개월간 대학 강의를 준비했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당초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또다시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 삼국지(三國志)를 축약해 조금씩 집필해 갔다.


때마침 희망제작소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그간 내가 원하던 주2회 활동이 가능한 일을 비로소 찾게 되었다.  일은 퇴임 후 구속받지 않는 여유로움 안에서 저소득층의 창업을 도와 그들이 우리사회 안정된 삶을 이어가도록 멘토링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금은 금융전문업무 재능기부를 통해 직장에서 30여 년간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보람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60세 이후의 일에 의미는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끊임없는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가운데 자존감을 충족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날 부모님 슬하에서 28년을 의지하며 살았다면 이후 28년은 가정을 꾸려 가족을 돌보며 직장승진 등 자신의 발전을 위해 살아왔다. 남은 28년 세월은 나 자신을 사랑하며, 그동안 못해본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가며 살고 싶다.


또한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봉사하며 이로 인해 밝고 따듯한 사회가 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회공헌에 참여한다면 남은 세월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젊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해본다.


59세  자화상

다만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사회공헌 에만 전념한다면 오래지 않아 그에 따른 싫증을 느낄 수 있기에 여가를 활용한 여행과 습작 등 취미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속 발전시키고 이에 따른 재능기부에도 관심을 기울여 실천에 옮기는 것이 은퇴 후에 의미 있는 삶이라 여겨진다.


록밴드(Rock Band) 보컬 전인권이 간혹 [Dust In The Wind]를 부르는 이유는 모든 사람의 세상살이가 먼지에 불과(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하기에, 돈이 많아 봤자 자기인생의 1분을 돈으로 살 수 없으니 매사에 집착하지 말라(Don't hang on)는 인생에 참의미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싱어송라이터  전인권

결국 지천명을 마감하는 시점이 돼서야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때마침 마지막 영업점에 근무했던 직원의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수원 원천동 지점 연말 OB모임에 치즈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양초 5개를 넣어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케이크에 올려 진 촛불개수를 궁금해 하는 직원들에게, 나 자신의 50대와에 작별을 기념하고, OB멤버 중 명년 초 무탈하게 퇴임하는 후배를 환영하는 케이크라고 부언(附言)하자, 이내 웃음바다를 이루며 즐거워한다.



내가 현직에 머물 때 경영평가 실적독려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많은 압박을 받기도 했을 터인데, 퇴임 후에도 매년 연말이면 잊지 않고 불러주는 현직 후배들과 2013년 송년회 자리를 함께하며 인생에 의미를 되짚어 본다.


그들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퇴임 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의 지혜를 모아 전달해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보는 50대와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2014년 1월 퇴임후배 기념품 전달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빛나지 않으나 언제나 은근함을 간직한 이순(耳順)의 삶을 기대해보며, 이제 곧 저물어갈 지천명(知天命)과의 작별을 기념하기 위해 "이별"을 선곡(選曲)아내의 팬플룻 연주와 함께 남겨 놓는다.  - 癸巳年 동짓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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