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Sep 08. 2021

동유럽 여행기(04)

헝가리

 

헝가리(Hungary)


☐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


[겔레르트 언덕]을 내려와 향한 어부의 요새는 오래된 성 언덕을 따라 180m 길이로 뻗어있는 성채(城砦)로 한눈에 다뉴브(도나우) 을 굽어볼 수 있는데, 성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강과 페스트(Pest) 지역이 매우 아름답다.


다뉴브 강 풍경

여러 개의 통로와 곳곳에 솟은 일곱 개 [고깔 탑]으로 이뤄진 성채가 마치 동화 속을 연상케 하는데, 인근에는 멋진 마차시 교회도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적인 테라스로 건축돼있는 요새의 명칭은 오래된 성벽에서 유래됐는데 2가지 설화가 전해진다. 


어부의 요새

이곳은 중세 어부들이 길드(Guild)를 조직해 거주하며 생선시장을 열었다는 것과 나라가 국난에 처했을 때 어부들이 자발적으로 적의 공격을 방어해 도시를 지켰다는 설이다. 일곱 개 [탑]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건국당시 『마자르』의 7부족을 상징한다.



성채 안에는 성(聖)이슈트반 기마상이 위엄 있게 세워져 있는데, 그는 법에 의한 통치와 왕권계승을 명문화해 국가의 틀을 마련한 헝가리왕국의 건국시조라고 한다. 그는 기독교를 받아들여 부족국가 형태의 헝가리를 세웠다. 


이슈트반 기마상

또한 서구문화권의 로마기독교 국가로 편입시킴으로써 왕국으로서의 헝가리라는 국가가 성립하게 되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어부의 요새]는 1900년 건축된 네오(Neo)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물전체가 흰색과 긴 회랑(回廊)으로 연결돼 있다. 


노을에 물든 성채

지붕 끝이 뾰족한 신비스러운 [요새]는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부다페스트를 내려다보는 [아취 전망대]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뉴브 강세체니 다리를 포함해 7개의 다리가 놓여있는 페스트 지역이 참으로 평화롭게 보인다.  



☐  마차시 사원(Matyas Templom)


[어부의 요새] 입구에는 마차시(마차슈) 사원이 있다. 오른쪽 탑만 높게 솟아있어 왠지 불균형을 이루는 듯한 마차시 사원은 1269년 건축된 이래 “마차시 왕”과 합스부르크家 최후의 황제였던 “카를 4세” 등 헝가리 역대황제 대관식이 거행되던 곳이다.


마차시 사원

1470년 [마차시 왕] 지시 하에 88m 고딕 탑이 증축돼 마차시 교회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16세기에 부다(Budavari)가 터키에 점령됐을 때 [이슬람 사원]으로 변했다가 17세기 다시 [가톨릭 성당]이 되었기에, 마차시 사원은 이슬람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현란한 색상의 타일 모자이크로 지붕을 만들어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계속된 증, 개축으로 1896년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카를 4세” 대관식 때 사용되었던 의자와 왕관, 의복 등이 전시돼 있다.



교회 앞 [삼위일체 광장]에는 바로크 양식성 삼위일체 상(像)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화재로 불에 그슬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수리하지 않고 그을린 그대로의 모습이 왠지 고풍스럽고 멋이 있어 보인다. 


삼위일체 상과 여행객들

“삼위(三位: 聖父, 聖子, 聖靈)일체 상”은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흑사병(페스트)이 사라진 것을 기념해 1713년 세워진 상이라 한다.


  부다 왕궁(Budavari Palota)


[어부의 요새]를 떠나 부다 지역 남쪽 167m 고도(高度)의 언덕에 위치한 부다 왕궁은 부다페스트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부다 왕궁

왕궁은 몽골의 침략이후 옛 수도를 13세기 [부다]로 옮기며 건설된 요새로, 이후 파란만장한 왕궁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다. 15세기 헝가리의 황금시대를 연 마차시(Matyas) 1세 때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됐으나 16세기 오스만 투르크(터키)와의 전투에 파괴되었다. 



이후 17세기 십자군 전쟁을 거치며 재차 파괴됐다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됐으나, 20세기 들어 헝가리 공산당이 왕궁을 과거정권 상징으로 여겨 궁전과 내부를 파괴했다고 한다. 


왕궁이 지금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6년에 들어서라고 한다. 부다페스트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물인 [부다 왕궁]에서는 세체니 다리이슈트반 대성당이 일직선상으로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부다 왕궁]을 국립미술관, 역사박물관 등으로 사용 중이며, 왕궁북쪽 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포탄자국이 남아있어 헝가리 민족 수난사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세체니 다리(Szechenyi Lanchid)


[어부의 요새]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세체니 다리 부다페스트 서쪽 요새가 있는 [부다 지역]과 동쪽 시가지 [페스트 지역]을 연결해주는 다뉴브 강에 놓인 대표적인 현수교로 1849년 완공된 부다페스트 최초의 다리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 다리가 폭파됐으나 다리를 만든 지 100년이 되던 1949년에 다시 복구되었다. [세체니]라는 명칭은 다리건설을 추진했던 세체니 백작을 일컬으며, 다리입구 양편에 혀가 없는 [사자 상]이 세워져있어 “사자다리”라고도 부른다. 



[세체니 다리]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에 가장 많이 나왔던 장면이기도 하며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의 자서전에 이 다리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 다리는 안정적인 모습과 잔잔한 기품을 띄고 있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며, 특히 밤이 되면 다리에 불을 밝히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여행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 이슈트반 대성당  


[세체니 다리]를 건너 도착한 이슈트반 대성당은 헝가리 왕국을 건설한 “이슈트반 1세”를 기념해 만든 성당으로 수도 부다페스트 중심에 위치해 있다. 커다란 [돔]과 두 개의 [탑]을 갖고 있는 [이슈트반 성당]은 8,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부다페스트 최대의 대성당이다.


이슈트반 대성당

성당의 절반은 1851년에 건립했고, 나머지는 1905년 건립되는 등 약 150년 동안에 건축됐다. 총96m 돔으로 지어졌으며 이태리 원석을 가져다가 건축했다고 한다. 


내부에 장식 돼있는 수많은 상(像)이나 회화들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로, 성당내부의 아름다운 천장양식의 웅장함과 금으로 수놓아진 벽면 장식들의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치 거리(Vaci utca)


바치 거리 부다페스트 최고의 번화가이자 쇼핑가이다. 골목골목마다 기념품점과, 패션매장,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어 구경만하더라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인데, 특히 헝가리 특산품인 자수제품이나 도자기를 구입하기 적당한 곳 같았다.



보행자전용 거리인지라 쇼핑하기에 편하고 고급 레스토랑부터 값싼 중국 레스토랑까지 선택의 폭이 꽤 다양했다. 헝가리에서의 저녁은 『굴라쉬 스프』와 돼지고기, 감자요리였다.


굴라쉬 스프

 이어 나온 밀가루 반죽에 사과잼을 더한 디저트로 마감을 했는데 굴라쉬(Goulash) 스프는 쇠고기와 야채에 파프리카 고추로 진하게 양념해 매콤한 맛이 한국의 육개장과 유사해 보였다. 


  다뉴브강(Danube River)


부다페스트는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고지대의 서쪽 [부다 지역]과 신시가지가 펼쳐진 동쪽 [페스트 지역]으로 나눠지며, 천년고도(千年古都)의 두 지역 한 가운데로 그 유명한 다뉴브 강이 잔잔히 흐른다. 


저녁무렵 다뉴브 강 풍경

다뉴브 강은 러시아 볼가 강에 이어 유럽에서 2번째로 긴 강으로 영어로는 [다뉴브], 독일어로 [도나우], 헝가리어로 두나(Duna)라 부른다.  이 강을 배경으로 한 명곡 중에는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과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잘 알려져 있다. 



헝가리 여행에서 절정을 이루는 코스는 『다뉴브강 야경』으로 반드시 유람선을 타고 부디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해야만 한다. [다뉴브강 야경]은 옵션투어로 1996년 당시 1인당 40유로였다. 


세체니 다리

헝가리는 야간조명 기술에서 세계최고를 이룬다고 하는데, 특히 부다페스트 야간조명은 일부러 단색 조명만을 고집한다는데, 그로 인해서 다뉴브강 야경은 화려함보다는 고풍스럽고 웅장함이 돋보인다. 



이곳은 [부다]의 높은 지역과 [페스트]의 낮은 지역이 조화를 이루며 강폭이 세느 강보다 넓기에 눈으로 보는 야경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세계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며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한다. 


어부의 요새 (중앙 상단)

어부의 요새,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을 포함해 강을 끼고 있는 유적지들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헝가리는 전기료가 매우 비싼 편인데, 관광객유치를 위해 야경조명 비용을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가이드에게 한강도 강가의 아파트를 모두 철거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조형물이 들어서도록 개발하면 좋겠다고 하니, [한강]은 강폭이 이곳에 비해 너무 넓기 때문에 야경이 이곳만큼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부다 왕궁

유람선상에서 서비스로 주는 샴페인과 와인 한잔을 곁들여 부다페스트의 야경에 흠뻑 빠져들며 깊어가는 헝가리의 밤을 음미해 본다.



▣  死의 찬미


한국최초 소프라노 가수였던 윤심덕은 이화여전 음악과와 동경 음악학교를 졸업한 성악가였다. 그녀는 우리나라가 일제 지배하에 있던 시기, 더구나 여성의 사회참여가 막혀있던 근대화시대에 주목받던 인물이었다.


윤심덕은 일본에 건너가 이바노비치(1880년 작, 루마니아)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에 『死의 찬미』 가사를 붙여 레코드 취입을 끝내고, 1926년 귀국 중 이 노래를 부르면서 현해탄에 몸을 던져 죽음으로서 이 노래는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유럽 여행기(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