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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5. 2022

새해 小寒 앞에서


새해 소한 앞에서


2022년 1월 5일은 연중 가장 추운 절기로 알려진 소한(小寒)으로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에 이른다고 한다. 24절기 중 23번째 절기인 소한은 '작은 추위'라는 의미지만 보름 뒤 대한(大寒)보다 통상 더 춥다고 여겨진다.


절기의 명칭으로 볼 때 다음절기인 대한이 더 추워야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절기는 고대 중국 황하유역 화북지방 기후에 맞춰 정해진 것이기에 한반도의 추위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추워 정초한파(正初寒波)라고도 한다.


따라서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든가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또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는 까마귀도 얼어 죽지 않는다]라는 속담에도 익숙해 있다.


옛날 선조들은 동지, 소한, 대한, 입춘, 하지, 소서, 대서, 추분, 입동 등 1년에 24번 바뀌는 절기에 맞추어 대보름, 한식, 단오, 칠석, 동지 등과 같은 우리네 세시(歲時)풍속을 지켜 나갔다. 



이제는 일기예보에서나 들어봄직한 낯선 절기세시풍속은 옛사람들이 믿고 지키던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었다. 특히 농사일과 연관돼 있는 절기는 이를 믿고 따르던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로움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소한과 대한 시기에 기상청의 서울지역 평균기온 통계에 의하면 1992년부터 2021년까지 30년간 소한 때가 대한보다 기온이 낮았던 적이 절반인 15번 이었으며, 나머지 15번은 대한 때가 소한보다 더 추웠다고 전한다.


다만 관측이래 서울 평균기온이 영하였던 적은 소한이 21번이고 대한이 18번으로 '추위강도'로는 소한이 대한을 다소 앞섰지만, 대한 때쯤엔 사람들이 이미 추위에 익숙해져 춥다는 생각을 덜하기 때문에 소한이 더 춥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소한부터 대한까지 보름간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고 중후(中候)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꿩이 운다.” 하였다. 


하지만 3후(候) 시기에 강추위를 가리켜 “초후(初候)에는 닭이 알을 낳고 중후(中候)에는 새가 높고 빠르게 나르며 말후(末候)에는 못물이 단단하게 언다.”라고 하며 대한이 소한보다 더 추웠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한해 중 가장 추운 시기는 양력 1월 중순 무렵이다. 소한을 지난 이때쯤에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한지역의 경우에는 문밖출입이 어려울 수 있기에 먹거리와 땔감 등을 집안에 비축해두기도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겨울철 석 달은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하여 나이가 들게 되면 겨울철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라 하였다. 


동지(冬至)가 지나면 해가 길어지듯 몸 안의 양기도 점점 움트기 시작하는데 이때 양기가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감기 등 호흡기에 병이 생길 수 있기에 맑은 날 햇볕을 쐬면서 따뜻한 기운을 받아 기(氣)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라고 한다. 


옛날 우리네 선조들은 혹독한 겨울철을 감내코자 “소한의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라며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전하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혹한에 대비하기 위한 보양(保養)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겨울나기 섭생(攝生)으로는 한방차와 신맛의 과일이 제격이다. 한방에서는 추위를 이겨내는 식품으로 생강이 으뜸이라 하는데, 따뜻한 성질을 가진 생강을 꿀에 재어 유기산이 풍부한 대추와 함께 차로 끓여 마시면 감기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유자, 매실, 오미자, 모과, 귤처럼 신맛 나는 과일은 겨울철 노인들의 기운을 모아주기 때문에 자주 먹을수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노란 단호박과 닭고기도 체온유지나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겨울철 보양식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고 믿어왔다. 따라서 여름 내내 따가운 햇볕을 받아 익은 은 음기가 많은 겨울에 먹는 것이 제격이고, 차가운 눈 속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자란 보리는 양기가 많은 여름에 먹어야 음기보강에 좋다고 여겼다.  


길어지는 코로나상황 속에 움츠러든 어깨를 활짝 펴고 새해 소한(小寒) 앞에서 추운 겨울바람을 버티고 자라난 푸른 보리 싹처럼 모두들 희망차고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 壬寅年 정월 초닷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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