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Oct 10. 2015

조선왕릉 탐방

(07) 서오릉, 서삼릉  Storytelling


구월의 이른 아침 서둘러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서오릉에 도착해보니 월요일은 휴관이라 하네요. 경기도 과천에서 40Km를 달려온 사정을 참작해 달라 사정 해봐도 안내원은 요지부동입니다. 하는 수 없이 구월하순 방문을 시도하며 서삼릉까지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서오릉과 서삼능 8개 능과 묘를 다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서오릉은 1457년 풍수의 대가였던 세조가 자신의 장 세경세자가 요절하 세자 묘를 조성하면서 이루어진 왕릉이죠. 후일 성종이 왕에 올라 덕종 으로 추존되면서 경릉(01)이란 능호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세조의 차남인 예종과 계비의 창릉(02) 이 그 다음 조성됐고 이후 250년 뒤 숙종과 그의 여인들 4명이 서오릉에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숙종과 제1계비인 인현왕후가 잠들어 있는 명릉

명릉(03)에는 숙종과 제1계비가 쌍릉을 갖추고 있고 그 옆에 제2계비가 동원이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숙종원비인 인경왕후 익릉(04)이 외롭게 홀로 떨어져 조성돼 있네요. 원비는 20살에 요절한 탓에 숙종과 정분이 없었나 봅니다. 또한 그 유명한 장희빈 대빈묘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MBC드라마 "동이"의 숙빈 최씨 묘만 빠져있더군요. 그녀는 파주 소령원에 잠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쌍릉 능지를 갖추고도 남편 없이 홀로 잠든 영조 원비인 정성왕후 홍릉(05)에는 영조가 사후 동구릉에 묻힘으로써 덩그러니 왼편이 빈자리로 남아있습니다. 영조는 생전에 이곳을 수릉(壽陵)으로 정해 놓았는데,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유언을 무시해 버리고 동구릉으로 결정 했던 것입니다. 사도세자에 대한 연민과 영조에 대한 증오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영조 원비 정성왕후가 홀로 잠들어 있는 홍릉(弘陵)

서삼릉에는 희릉(01), 효릉(02), 예릉(03)이 있는데, 효릉(인종)은 비공개라 하여 능을 볼 수 없더군요. 내막을 알아보니 효릉 부지는 현재 축협소유의 사유지로 돼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하는데, 그 이유는 유신정권 때 새마을운동 차원에서 여기저기 떼어 팔았다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없는 엄삼탁의 발상이 헌인릉에만 있던 것이 아니라 이곳은 더욱 심한 듯 보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중종계비 능인 희릉을 찾아가 봅니다. 희릉은 원래 헌릉 서쪽언덕에 조성됐었는데 김안로의 모략에 따라 중종 때 이곳으로 천장했습니다. 중종은 사후 이곳에 함께 묻혀 정릉이라 불렸는데, 제2계비 문정왕후의 계략으로 명종 조에 중종은 다시 선릉으로 옮겨지며 장경왕후 능은 다시 희릉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쌍릉으로 갖춰진 철종의 예릉

현재의 서삼릉 영역 내 남아있는 능 중 유일한 왕릉은 철종과 원비가 잠들어 있는 예릉이 있습니다. 생전에 세도정치로 인해 무기력했던 철종이었지만, 죽어 잠들면서는 고종에 의해 웅장한 능역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대한제국을 세운 고종은 그 위상을 갖추고자 예릉 조성에 정성을 다한 듯 보입니다.  4시간에 걸쳐 서오릉과 서삼릉을 꼼꼼히 둘러봤지만 결국 인종 능은 가까이도 가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며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선왕릉 탐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