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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18. 2015

울릉도 입도기(03)

낙조의 향연


■  해안일주 낙조의 향연


울릉도 [A코스] 구간은 4시 30분 [도동항]을 출발해 울릉터널(340m)을 거치며 [사동항]으로 빠져나와 울릉도 최남단에 있는 가두봉터널로 달려간다.


이어 남서쪽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와 향나무 재생지를 바라보며 이어지는 통구미터널을 지나, 사자바위와  남근바위가 있는 남통터널남양터널로 이어진 "남서터널"을 통과한다.


좌측부터 [남양-남통-통구미] 터널

울릉도에는 이 섬만의 독특한 지형 때문인지 다른 지역서 볼 수 없는 풍경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1차로 터널]이다. 해안일주 도로상에서 길을 열기 위해 부득불 터널을 뚫게 되는데, 현재 [내수전]과 [섬목] 구간은 아직 "일주도로"가 개통되지 않고 있다.


남통터널

특히 이곳의 터널은 내륙 산속을 관통하는 것처럼 깊고 넓게 뚫을 수 없는 여건인지라, 독특한 형태의 터널이 생겨났다. 3개 터널이 연속해 이어지는 왕복1차로 터널이 남양-남통-통구미 터널인데 이곳은 신호를 위반하면 굴속에서 맞닥뜨리게 될 경우 사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이 세 개의 터널을 품고 있는 해안절벽의 파노라마는 울릉도 [남면]의 멋진 경관으로 꼽을 만하다. 이윽고 구암터널을 지나, 둥글게 휘어진 기둥사이로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사태감터널(165m)을 통과하는데, [사태감터널] 모양새가 매우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사태감터널

[구암마을]이 있는 곰바위터널과 수층교를 지나, 수층터널과 12번째 터널인 삼막터널(460m)에 이른다.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니 터널 신호등이 3곳 있는데, 울릉도에만 있는 터널신호등은 1차선으로 터널을 뚫었기에 꼭 신호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 매우 이색적이다.  

   


이어 태하터널을 지나 차창 밖으로 최근 지어졌다는 울릉군 공설운동장과 현포령에 단 1기만 세워진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다 이내 [현포항]에 잠시 쉬어가며 노인봉 풍경을 담는다. 울릉도 북쪽 해안가 일주도로 옆에 있는 [노인봉]은 199m 높이의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포항 노인봉

암벽 봉우리에 가로로 굵은 결이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인다 해 노인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인봉 촬영 후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예림원을 지나는데, 이곳은 북면 현포항에서 500m지점 노인봉 산자락 언덕위에 1만여 평 규모로 지어진 자연휴양 문화예술 공원이다.



울릉도 유일의 문자조각 공원으로 조성돼 있으며, 울릉도 자생수목 야생화, 문자조각, 분재, 수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 인근에는 [울릉천국]이라 이름 지어진 가수 이장희 저택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주중공연(티켓 5만원)을 하며 멋들어진 후반기 인생을 살고 있었다.


코끼리 바위(좌)와 송곳봉(우)

[예림원]을 벗어나 일주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이내 울릉도 최북단에 위치한 코끼리 바위 송곳봉 나타나는데 이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남겨본다.  


코끼리 바위

현포리 앞바다에 있는 [코끼리 바위]는 울릉도 해안 명승지로 바위형상이 마치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것 같다하여 코끼리 바위라 불리운다. 바위 좌측에 10m 높이의 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 바위()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현포]와 [북면]사이의 북쪽 해안에서는 어디서나 송곳봉을 볼 수 있다. 명칭 그대로 바닷가에 송곳처럼 솟아있는 기암봉은 해발 450m의 가파른 각도 특이한 모양으로 북쪽 해안의 상징물이다.  노인봉과 마찬가지로 마그마의 통로인 화도가 굳어서 생성된 바위이다.


송곳봉

그밖에 수평층으로 이루어 진 주상절리(柱狀節理) 바위와 구멍바위 등은 불규칙한 절리와 같은 독특한 지질구조로 여행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울릉도의 섬 전체를 돌아보는 [해안일주 도로]의 길이는 약 52.4 km이며, 이중 4.75km의 구간 아직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울릉도에는 북쪽 [천부항]과 북동쪽 [섬목] 사이 관선터널을 포함해 총 14개의 터널이 있다 한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 울릉도 4개 사찰 중 하나이자 [송곳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성불사를 찾아 [미륵봉]을 둘러 본 후, 알봉(538m)을 끼고 올라 울릉도 유일의 대규모 평지인 나리분지 분화구를 들러본다.


송곳산 미륵봉

[나리분지]에는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성인봉(990m)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는데 이곳의 고도가 해400m쯤 될듯하니, [나리분지]에서 개별 자유 트래킹으로 [성인봉]에 오르기는 쉬워 보인다. 나리분지 관광 지구에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투막집 2채와 너와집 1채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나리분지

[나리분지]에는 잠시 쉬어가며 울릉도 민속주를 맛볼 수 있는 주점이 있다. 재밌는 것은 제주도에 조껍대기 술이 있는 반면, 울릉도는 씨껍대기라고 불리는 술이 있어 자칫 발음을 잘못하면 남녀의 거시기를 연상케 한다고 가이드는 전한다.



주점 아가씨에게 씨껍대기의 "씨"에 의미를 물어보니 10가지 열매 씨로 담군 술인데 그 씨의 종류는 울릉도 신(神)만이 알고 있다며 미소 로 답하더니, 울릉도의 더덕은 특징이 심이 없고 아린 맛도 없으며 사포닌 함량이 많아 약효가 뛰어나다 자랑을 한다.


결국 예쁜 아가씨 꼬임에 넘어가, 고추장에 버무린 섬더덕과 씨껍대기 약주 한 사발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울릉도에는『울릉 8경』이 있는데 해질녘 출항하는 배의 출어행렬인  도동모범(道洞暮帆), 오징어잡이  배의 밝고 화려한 등불인 저동어화(苧洞漁火), 사동 밤하늘에 뜨는 달을 칭한 장흥망월 (長興望月), 겨울철 달밤 남양의 설경이라 하여 남양야설(南陽夜雪)이 있다 한다.



또한 석양에 걸려, 출렁거리는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 내는 낙조의 향연이 환상적인 태하낙조(台霞落照)와 솟아오르는 생명의 무한한 힘을 준다는 추산용수(錐山湧水),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다는 나리분지 단풍 나리금수(羅里錦繡), 대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알봉의 불타는 단풍 알봉홍엽(紅葉)을 울릉 8경이라 한다.  


오징어잡이  배 등불 / 저동어화(苧洞漁火)

나리분지를 끝으로 [A코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사동] 숙소로 돌아오는 해안도로 길에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6시 20분 쯤 수평선 밑으얼굴을 감추는 낙조의 황홀함에 빠져 모두들 차에서 내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는데 불과 5분 간격으로 해가 사라져 버린다.



짧은 낙조(落照)가 아쉽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출보다는 일몰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수월하게 느껴진다. 독도와 울릉도 [A코스]를 둘러본 여행 둘째 날은 늦은 시각 숙소에 도착해 펜션에서 제공하는 오삼불고기로 저녁을 마친 뒤, 피곤함에 지친 탓 인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tra Shooting

나리분지 단풍 / 나리금수(羅里錦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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