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괜찮다.
낯선 풍경, 다른 언어, 이국적인 리듬.
그 모든 게
내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준다.
잠깐은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내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르다.
불 꺼진 방 안,
불규칙한 선풍기 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다시 찾아오는
익숙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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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뭐하지?’
‘모레는 어딜 가지?’
이런 질문이 머리를 채운다.
처음엔 계획을 세우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불안한 공백을 채우기 위한 자가진단처럼 느껴진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어디를 갈지,
무얼 먹을지,
어디서 잘지.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 혼자라는 사실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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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꼭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혼자 밥을 먹는다고 외로운 건 아니지만,
밥을 먹으며 나눌 이야기가 없는 순간이 외롭다.
누군가에게 “오늘 여기는 어땠는지”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이
어디에도 닿지 못할 때
그제야
진짜 외로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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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나면서 외로움을 없애고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외로움은 내가 도착할 도시보다 항상 먼저 그곳에 가 있다.
어쩌면
외로움은 장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빈자리와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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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외로움을 피하지 않으려 한다.
도망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그냥 함께 지내보려 한다.
혼자인 시간이 늘 무섭진 않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 안에서도
조금은 평온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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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 남는 감정이 있다.
그건 외로움이지만,
지금은
그 외로움조차
조용히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