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라다크에 가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떠나고 싶었다.
비행기 출발 세 시간 전,
나는 티켓을 결제했다.
너무 즉흥적인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날따라 마음이 이상하게 조용하지 못했다.
혼자 떠나는 게 두려웠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혼자 낯선 공항에 도착하고,
혼자 짐을 끌고
혼자 숙소에 들어가는 장면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나는 떠났다.
아니,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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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자주 떠난다.
익숙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서울에서 살다가,
모든 걸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일본, 체코, 폴란드, 태국, 중국, 홍콩, 마카오…
여권 속에 찍힌 도장은 늘어났지만
그때마다 반복된 감정이 하나 있다.
“조금이라도 숨 쉴 곳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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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처음엔 설렜다.
비행기 이륙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고,
낯선 골목, 생소한 언어,
그 모든 게 나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해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은 설렘보단 패턴이 됐다.
떠나는 이유는 늘 다르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점점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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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난다’는 표현을 좋아했지만
사실은
도망치고 있었다.
반복되는 생활,
감당해야 할 관계,
가끔은 나 자신까지도.
어디론가 떠나버리면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은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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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다크도 다르지 않다.
다만, 이곳에 오기 전
잠깐이라도 오랜만에 ‘설렘’이 돌아왔다는 것.
그건 아마도
지금의 나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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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때,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되찾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또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