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끝에 남는 건 결국 사람이다

by 장건호

지금 나는 라다크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있다.

수많은 도시와 풍경을 지나왔지만
이 긴 여행을 잠시 멈추게 만든 건
또 다른 풍경도, 새로운 설렘도 아니었다.
3년 전 부산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프랑스 친구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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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 나는
그저 여행지에서 잠시 스친 사람들이었다.
부산의 게하에서 같은 밤을 보내고,
같은 날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며
조금 더 가까워졌다.

제주에선
내가 소개한 게스트하우스에 함께 머물며
바닷가를 걷고,
골목을 헤매고,
밤이면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서울로 돌아와 며칠을 더 같이 다니며
생각보다 깊은 인연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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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리는
일본 교토에서,
체코의 그 친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거리를
기꺼이 메우며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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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그 친구는
한국에 와본 적 없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나는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인도에서의 긴 여행을 잠시 멈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면 다시 인도로 떠나겠지만
그 며칠을 위해
나는 기꺼이 이 길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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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한다.
한국 음식을 한 상 차리고,
전통 술을 곁들여
그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1년 동안 서로 다른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나누는 저녁을.

우리는 모두 여행을 사랑한다.
1년에 한 번 이렇게 마주 앉는 것도
사실은
아주 자주 만나는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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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은
장소가 달라서인지
또 다른 느낌이다.
겨우 세 번의 만남,
짧은 시간.
그럼에도 쌓인 신뢰가 있다는 걸 느낀다.
마치 한 달 전에 본 것처럼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가
이번 한국 여행에서
진심으로 좋은 기억을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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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은
나를 외롭게도 만들었지만
뜻밖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수많은 도시와 풍경을 지나왔지만
그 끝에 남은 건
사람, 그리고 함께 보낸 시간의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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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떠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떠남이 만들어준 인연을
지금 다시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