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살아간다면

by 장건호

이곳에서 살아간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을까.

더 이상 성공하고 싶은 마음보다,
버티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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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이 거리의 출근길을 책임지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

가게 셔터를 올리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커피머신을 예열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현지 사람들이 출근길에 들러
잠이 덜 깬 얼굴로 커피를 주문하고,
첫 모금을 마시고 나서
“굿모닝”이라고 웃어주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게
내 하루의 시작이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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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카페 안을 천천히 정리하고,
익숙한 동네 풍경에 스며들고,
혼자만의 페이스로 시간을 쌓는다.

손님이 없는 시간엔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작은 메모를 적어보기도 한다.

시간이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하루.

그런 하루가
요즘 내가 가장 원하는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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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엔,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한 식사를 하고,
맥주 한 잔을 나누며 하루를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뭘 만들고 싶었고, 뭘 못했는지.

거창한 미래 얘기보다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하루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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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삶은
늘 ‘버티는 것’ 같았다.

남의 속도에 끼워 맞추고,
서둘러야만 존재할 수 있는 하루들.
그런 리듬에 지쳐 떠나왔고,
그 끝에서 나는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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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살아간다면,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누구보다 잘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하루를
조용히 쌓아가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