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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Mar 23. 2021

50살, 두 가지의 마음가짐

50이어도 좋아!

어떤 자료에 의하면, 30~40대 직장인의 80% 이상이 직장생활이 끝난 후 ‘제2의 인생설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예상하는 자신의 제2의 인생 시작 시기는 50세~54세가 23.6%로 가장 많다고 한다.   

   

올해 나이 만으로 50, 다행히도 아직 회사를 조금 더 다닐 수 있어서, 지금 당장 제2의 인생을 살아가지는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 그리고 곧 임금 피크와 퇴직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나이이기 때문에 나도 제2의 인생과 관련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다 보니, 그동안의 인생에 대해서 조금씩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정리를 잘 해내기 위해서 사전에 필요한 몇 가지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을 리는 만무하다    


첫 번째의 마음가짐은 바로 ‘내려놓기’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내려놓는 것. 자신의 과거의 직위, 직급, 경력, 그리고 현재의 직위, 직급. 지금까지의 아빠, 남편, 사위 등등, 일과 가정에서의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내려놓지 않으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40대 중후반, 50대 초반의 직장인들은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 유형 중에 한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나는 현재 부장! 조만간 반드시 임원이 될 거야!”. 두 번째 유형은 “나는 이미 임원, 회사 생활의 정점을 찍었지. 하지만 임원은 계약직, 임시직이네?”. 세 번째 유형은 “진급도 누락되었고, 보직이나 임원은 나와 거리가 먼  평사원 신분, 명퇴를 준비해야 하나?”

     

그러나 이 세 가지 유형의 끝은 모두 같을 것이다. 결국, 지금 다니는 회사를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 물론, 임원이 된 사람, 또는 임원이 될 사람들은 몇 년 더 회사를 다닐 수는 있다. 또 임원이 된 사람 중에서는 운 좋게 이직에 성공해서 다른 회사에서 몇 년 더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본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65살을 전후해서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즉, 회사의 오너가 아니고서는 65살, 70살 이렇게 까지 회사를 다니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50살, 나의 회사에서의 커리어는 이제 슬슬 끝이 보이고 있다. 이제 그동안의 커리어는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다. ‘아, 나는 회사에서 이런 사람이었는데. 과장이었고, 부장이었고, 이사였고. 많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다 내려놓아야겠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주변의 시선에서 나를 해방시키고자 한다. 이렇게 내려놓고, 두 손과 어깨를 비워야 다시 새로운 무엇을, 제2의 인생을 채워줄 무엇인가를 들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인생을 끝까지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그 커리어에서 엄청나게 독보적인 존재였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을 리는 만무하다.    

 


제2의 인생은 어딘가에서 갑자기 선물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의 마음가짐은 ‘되돌아보기’다. 자신의 몇십 년 직장 생활, 그동안의 사회적 경력을 되돌아보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나]를 되돌아보는 것. ‘난 어떤 사람일까? 내 성격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난 뭘 좋아하지? 아니, 난 뭘 좋아했었지? 나의 어렸을 때의 꿈, 그리고 희망은 뭐였을까?’      


지금까지 자신의 커리어와 승진만을 위해 앞만, 미래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과거의 나와 마주해 보는 거다. 회사 생활, 또는 가정에서의 역할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쩌면 ‘순수했었던 나’를 다시 되돌아서 바라보고, 이제, 제2의 인생 앞에서 감추어져 있던 나를 먼지를 탈탈 털어 꺼내는 거다.

     

이렇게 자신을 되돌아본 다음 잊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나 자신의 무엇으로부터 제2의 인생을 시작할지 서서히 알 수 있게 된다. 제2의 인생은 어딘가에서 갑자기 선물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천천히,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마음가짐의 항목인 ‘내려놓기’를 하지 않으면 ‘되돌아보기’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제1의 인생의 나를 겸허하게 내려놓고 두 손과 두 어깨가 가벼워져야만, 찬찬히 나를 되돌아본 후 가벼워진 두 손과 두 어깨를 다시 채울 수 있는 나의 무엇인가를 발견해 낼 수 있는 거다.   

   

제1의 인생의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자꾸 질척이게 되게 되면, 나를 제대로 되돌아볼 수 없고, 보이는 건 주변의 시선과 이루기 거의 힘든 욕망, 욕심뿐이다. 그런 걸 ‘노욕’의 상태가 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나이, 이제 조금씩 자신의 제1의 인생을 정리할 때다. ‘내려놓기’와 ‘되돌아보기’로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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