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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Mar 31. 2024

삼월의 비료는 오뉴월의 꽃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2년 차 가드너다

잊을만하면 아직도 영하의 온도를 기록하는 3월의 중하순. 포근한 봄은 도대체 언제 오나 기다리다 지칠 만도 하지만 작년의 3월 날씨를 확인해 보니 4월 직전까지 영하의 기온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노지월동한 숙근초와 수선화, 튤립 등의 구근 꽃들은 쌀쌀한 아침 날씨를 거뜬하게 견디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새싹이 나왔나, 오늘은 또 새싹이 얼마나 자랐을까, 이 아이들을 살피며 마당을 기어 다니다 보면, 방금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 어느덧 점심시간. 시간이 순간 삭제 되는 깜짝깜짝 놀라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새싹이 돋아나는 미니 정원을 돌아보고 있다

     

숙근초와 구근 꽃 외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는 또 다른 식물은 바로 장미와 수국이다. 벽 앞에서 하루종일 따듯한 햇볕을 받고 있는 덩굴장미 보니는 벌써 잎을 다 내고 있다. 이처럼 장미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3월이 바로 비료를 투입해야 하는 최적의 시기다.


3월에 비료를 주면 이 비료의 힘으로 장미의 잎과 줄기가 4월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5월에 튼실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니 "귀찮아,  난 1년에 딱 한 번만 비료를 줄 거야!" 이렇게 마음먹고 6월과 9월의 비료 주기를 건너뛸 예정이라면, 3월의 비료만큼은 꼭 챙겨주는 것이 좋다.

     

노지의 장미에게는 장미 주변을 동그랗게 빙 둘러 흙을 좀 걷어 낸 후 장미 한 주 당 종이컵 반 컵 정도의 분량으로 비료를 주고 있다. 부족해도 좋으니 과하지 않게 적당한 양의 비료를 줄 수 있도록 명심해야 한다. 비료의 양이 과하게 되면 장미의 잎과 줄기가 비틀리거나 타버려 떨어지는 등 '비료풍'이 오게 된다.    

장미 주변으로 동그랗게 종이컵 반 컵 정도의 분량으로 비료를 준다


수국에게는 '프로파머스'라는 값이 조금 나가는 비료를 주고 있다. 아주 약간 구수한 냄새가 나는 유기질의 이 천연 비료는, 우리 집 엔들리스 섬머 수국이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 비료의 힘 덕분인지,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성장세와 작년의 꽃 풍년에 기여를 한 것 같아 올해도 다시 한번 프로파머스를 공급했다. 또 엔들리스 섬머 수국뿐만 아니라 어린 리빙크리에이션 목수국에게도 프로파머스를 공급하여 그 효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수국에게는 프로파머스 비료를 공급


일 년에 장미에게 세 번만, 일 년에 수국에게 두 번만 비료룰 주면 되지만 한 달에 두 번 주려고 하는 것이 바로 '님케이크'다. 물에 희석해서 뿌리면 병해충 예방 효과가 있다는 님 열매의 오일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유박처럼 만든 것이 님케이크다.     


우리 집에서는 님오일을 뿌리면 장미 잎이 타거나 말려 들어가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아 작년 가을부터 님오일 뿌리기를 중단하고 님케이크로 대체해서 2주에 한 번, 비료처럼 땅에 묻어 주고 있다. 님오일과 비슷한 병해충 예방 효과가 있으면서도, 땅에 묻는 님케이크가 유기질의 비료 역할을 조금 하고 있으니 정원 흙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님오일을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는 님케이크


2월에 공급한 퇴비, 로즈골드, 프로파머스 등 3월의 각종 비료, 그리고 님케이크까지 모두 유기질의 정원 재료다. 궁극적으로는 꽃과 나무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면서도 땅속의 지렁이와 미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토양의 개선 효과도 바라보는 것이 목표다. 건강한 흙은 건강한 꽃을, 건강한 우리들을, 건강한 지구를 피울 것이다.

     

치렁치렁하게 자라난 잉글리시 라벤더를 깔끔하게 이발해 주었다. 이 집으로 이사와 로망으로 들였던 잔디처럼 조그맣던 잉글리시 라벤더가 올해로 3년 차다. 많은 가드너들이 장마철이 지난 후에 잉글리시 라벤더를 과습의 영향으로 저 세상에 보내지만, 다행히 우리 집 흙은 물 빠짐이 좋은 것인지 두 번의 장마 기간을 보내고 지금은 관목 나무처럼 성장했다. 이런 잉글리시 라벤더가 너무 머리를 길러,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쓰러지고 난리였다. 그래서 이번 봄을 맞아 단정하게 잘라 주었다.

     

치렁치렁하게 자란 잉글리시 라벤더를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마른 가지들을 정리했다. 말라버린 꽃눈이 달려 있는 가장 윗부분의 가지 아래로 마디마디 새로운 눈곱만 한 잎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겨울 동안  살아남은 큼지막한 눈들이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해 새로운 가지를 쭉쭉 올려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막 눈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하는 가장 위쪽의 가지들을 정리했다. 또 수국이 너무 커지면 감당이 안 되는 것도 있으니 겸사겸사 크기 조절을 해주는 그런 면도 있다.      


꽃양귀비의 숙근을 심었다. 이로써 꽃양귀비는 세 번째 도전이다. 가드닝에 무지했던 시절, 꽃양귀비 씨앗을 마당에 바로 뿌려 키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다음에는 모종을 무려 열개나 데리고 와 땅에 심었지만 전멸했다.  


그렇게 인연이 없었던 꽃양귀비. 얼마 전 숙근이 택배로 왔는데 무슨 산삼인 줄 알았다. 아주 길고 곧게 뻗은 뿌리를 가진 숙근이 왔는데, 직근 성질을 가지고 있는 꽃양귀비 숙근을 잘못 심었다가는 또 실패할 것 같았다. 하지만 도저히 이 뿌리의 길이만큼 땅을 깊게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살 놈이면 살겠지, 하는 심정으로 깊이를 적당히 타협해서 결국은 뿌리를 좀 구부려 넣었다. 다행히 심은지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파릇한 새잎이 나오고 있다. 일단은 살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이기는 하지만, 장마철 과습에 취약한 꽃양귀비들이 다시 한번 더 생존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고난의 순간이 남아 있다.

세 번째 키우기에 도전하는 숙근양귀비


무스카리가 먼저 필 것 같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꽃대가 쑥쑥 올라오지 않고 있다. 대신 수선화의 꽃대가 부쩍 자랐다. 이대로라면 무스카리와 수선화가 비슷한 시기에 활짝 개화를 할 것 같다. 꽃이 피지 않을 쭉정이들이 몇몇 보이기도 하지만, 튤립도 뾰족뾰족 몸집을 불리며 꽃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수선화가 한창일 때 튤립은 하나 둘 꽃이 필 것이다.

개화직전의 무스카리


차이브의 성장세가 놀랍다. 하룻밤 자고 나면 몇 센티씩은 커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느새 뒤에 있는 무스카리를 다 가려서, 몇몇 차이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사계바람꽃과 아스트란티아의 총총한 새싹과 동글 뾰족 귀엽게 생긴 브루네라의 앙증맞은 새싹이 새롭게 인사를 건넸다. 월동을 한 물망초가 어떤 녀석은 작년 덩치 그대로, 어떤 녀석은 새싹을 올리며 봄을 느끼고 있다.      


이제 준비가 모두 끝났다. 꽃들의 봄을 맞이할. 곧 이 작은 정원 곳곳에서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면 나의 마음에도 행복하고 감사한 기쁨의 꽃이 필 것이다. 바야흐로 두근두근 봄이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4.3.16~3.31)        

수선화와 튤립 등이 꽃필 준비를 한창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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