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2년 차 가드너다
3월의 첫날에 매서운 꽃샘추위가 있었다. 하지만 일기 예보를 살펴보니 최저 기온이 몇 번의 영하 2~4도를 기록하고 나면 영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 겨울이 진짜 끝났다. 겨울이 끝나고 꽃샘추위도 지나가면 정원지기들의 큰 마당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나무들의 가지를 자르고 정리해 주는 전정.
지난 2월이 꽤 따듯했기 때문에 벌써 장미의 눈이 쑤욱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 마음도 두둥실 부풀어 올라 전지가위를 집어 들고 2월 말, 3월 초에 장미와 목수국의 전정을 할까 말까 들썩들썩했던 걸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드디어 때가 되었다. 장미와 목수국의 잘린 부위가 얼어서 상하지 않게 될 기온. 먼저 목수국의 가지를 잘랐다. 우리 집 마당에는 리빙크리에이션 목수국 라즈베리 핑크, 핑크 앤 로즈 각 한 주와 라임라이트 목수국 한 주가 있다.
이중 1년 차의 어린 목수국인 리빙 크리에이션 목수국은 강전정을 하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서로 겹치는 가지, 젓가락 보다 얇은 가지, 시들어 버린 가지, 이런 가지들만 속아 낸다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주었다.
목수국은 전지한 부분의 아래쪽 마디에서 눈이 발달해 두세 개의 새로운 가지를 만들고, 그 가지가 자라나 꽃을 피운다. 그러니 이러한 목수국의 특성을 고려해 전지를 하게 되면 목수국의 수형과 그 해 개화하는 꽃의 개수를 어느 정도 조절해 줄 수 있게 된다.
굵은 가지만 남겨 놓는다는 생각으로 전정을 하면서 가지의 수를 줄이면, 확실히 꽃의 크기와 나무의 튼튼함이 더 좋아진다. 그러니 꽃의 탐스러움과는 상관없이 목수국 꽃을 최대한 많이 보겠다는 계획이 아니라면, 전지를 통해 적절히 꽃의 양을 조절해 주는 것이 목수국의 건강을 위한 길이다.
3월 초에 목수국 전정을 하게 되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꽃이 핀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름의 강렬한 폭염에 꽃들이 모두 타들어가 버려 분홍색 그라디에이션으로 아름답게 물든 꽃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몇몇 가드너들은 전정 시기를 의도적으로 5월 이후로 조정해 여름의 끝 무렵에 목수국이 개화를 하게 만든다. 그러면 가을의 선선한 공기를 받아 예쁘게 물들어 가는 목수국 꽃을 볼 수 있게 된다.
다음은 장미 전정. 목수국도 마찬가지지만 장미를 전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 번째, 잎 사이사이 통풍이 잘되게 하여 병해충을 예방. 두 번째는 잔가지를 쳐주고 굵고 건강한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를 받아 탐스러운 꽃을 피우게 하는 것. 세 번째는 여기저기 마구 가지가 뻗어나간 볼품없는 장미가 아니라 앞뒤 좌우 탄탄하게 균형 잡힌 멋진 수형의 장미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장미를 전정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할 것이 바로 움트고 있는 눈의 방향이다. 장미를 전정하면 전정한 곳 밑에 있는 눈이 자라나 새로운 가지를 만드는데, 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중요하다. 장미는 새로운 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그 눈이 성장하여 앞으로의 가지로 뻗어갈 방향이 된다. 그 점을 고려하여 각각의 가지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또 안쪽으로 가지가 자라지 않고 앞뒤좌우 외곽의 방향으로 분산되어 자랄 수 있도록 찬찬히 전정을 해주면 된다.
이 방법으로 가든 에버스케이프를 비롯해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노발리스 등 관목 장미 여섯 주와 덩굴장미 보니를 전정해 주었다. 보니는 작년부터 기르기 시작해 올해 봄 처음 전정 작업을 경험하게 된 덩굴장미다.
작년 가을의 끝까지 신장지를 쭉쭉 뻗으며 자라는 보니를 바라보며, 다음 봄에는 가지마다 꽃이 가득 벽을 메울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기특한 장미임을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막상 올해 봄, 전정의 시기가 다가오니 어떻게 전정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서 일단은 전정의 기본에 입각해, 젓가락 같은 가지와 너무 길게 자라나 밑으로 늘어진 가지, 삐죽삐죽하게 얽혀 있는 잔가지 등을 모두 쳐버렸다. 그래도 벌써 줄기마다 힘 있게 자라나고 있는 새순들이 또다시 가득 벽을 매울 기세로, 덩굴 보니의 성장세는 아무리 봐도 대단한 위용이다.
장미를 전정하고 나니, 안 쓰던 근육들에 무리가 갔는지 온몸이 욱신거리며 삐그덕 대고 있다. 이렇게 몇 주 안 되는 장미의 전정만으로도 헉헉대는데, 오십 주, 백 주 이렇게 장미를 키우는 정원지기들은 정말 대단한 정성과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초봄의 요즘이다.
목수국과 장미 전정으로 3월의 가드닝 큰일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굵직한 가드닝 노동은 장미와 수국 전용 비료주기다. 이 작업까지 한꺼번에 다 하게 되면 몸이 성치 않을 것 같아 비료주기는 다음 주말로 미루어두었다.
3월 10일, 마지막 영하 4도의 아침이 끝나고 드디어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월동을 해제했다. 지난겨울이 비교적 따듯한 겨울이어서인지, 아니면 부직포 월동 덕분인지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연약한 꽃눈들이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 비록 상단부의 꽃눈들은 많이 죽었지만, 중간에서 살아남은 꽃눈들과 새로운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합치면 올해도 작년처럼 풍성한 수국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마당에서 가장 먼저 꽃 소식을 전해줄 무스카리의 꽃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수선화는 땅속에서 새끼를 쳤는지, 작년보다 개체수가 아주 약간 늘어난 것 같지만 그건 꽃이 다 피어봐야 정확한 사실을 작년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튤립 싹이 올라올 자리가 아닌 곳에서 튤립 싹이 올라오고 있다. 혹시 땅속에서 튤립 구근들이 움직였을까? 상상도 해보지만, 아마도 작년 이곳에 분명 튤립이 있었을 텐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뿐. 아무튼 작년 가을에 새로운 튤립 구근 보충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이만큼 싹이 올라오다니 어느 정도 선방인 것 같다.
노지월동 숙근초들이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차이브의 싱그러운 새잎들이 어느 순간 쑤욱 키가 커 그 뒤에서 이른 봄부터 자라고 있던 무스카리의 키를 제쳤다. 헬레니움도 새잎이 가득, 큰꿩의비름도 연둣빛 가득한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다.
초록초록, 두근두근, 반짝반짝. 마당이 새롭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연두와 초록의 색깔이 번져가고 있는 이 작은 마당을 보며 나의 마음에도 초록이 가득하다. 덕분에 나도 청춘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2024년, 나와 우리 집 작은 마당의 새로운 청춘이 시작되었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4년 3월 1일~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