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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Feb 28. 2024

2월의 정원 준비, 퇴비는 내 사랑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2년 차 가드너다

전국의 2월 중순 아침 기온이 1도에서 11도. 역대 가장 따듯한 아침 기온을 기록하며 4월 초의 날씨가 갑자기 훅하고 찾아왔다.


월동을 하고 있는 수국의 보온재를 풀고, 빨갛게 물을 통통하게 올린 장미의 가지를 싹둑 전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며칠 후 다시 영하 4,5도. 또 3월 초의 꽃샘추위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2월의 미니 정원

그래서 수국의 월동을 해제하고 장미를 전정하는 것은 3월 중순 이후로 미루고, 경칩이 오기 전 2월의 가장 중요한 정원 노동, 퇴비 주기를 진행했다.


정원에 퇴비를 주는 첫 번째 목적은 퇴비 안의 미생물이 정원의 흙 곳곳으로 퍼져 유기질의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 그대로의 땅을 만들고자 함이다. 퇴비가 기존의 흙과 잘 어우러져 배수가 잘되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흙. 이런 흙이면 무엇을 심어도 꽃이 활짝 필 수 있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의 정원도 아니고 다른 집들과 붙어 있는 도시 속 작은 마당이다.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는 퇴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작년에 우리 집 마당에서 냄새 검증을 이미 마친 부숙 완료 퇴비를 다시 한번 구입해 정원 곳곳에 뿌려 주었다.

 

먼저 장미와 수국에게 퇴비를 주었다. 장미와 수국의 뿌리 주변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린 형태로 멀칭을 좀 들어낸 후 퇴비를 얹고 다시 멀칭을 덮었다. 물론 멀칭 위에 그대로 퇴비를 뿌려도 된다. 하지만 퇴비가 가지고 있는 여러 유익한 성분이 햇볕에 그대로 증발되거나 말라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고스럽더라도 퇴비를 주고 흙이나 멀칭으로 덮어 주는 것이 좋다.

장미에게 퇴비를 공급하고 있다


장미와 수국의 뒤를 이어 초화들이 살고 있는 흙도 개선하기 위해 마당 곳곳에 퇴비를 공급했다. 2월 중순이 되면서 수선화, 튤립 그리고 노지월동 숙근초들의 어린싹이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부숙이 완료된 퇴비라고 하더라도 해를 끼질 수 있어 조심조심 퇴비를 얹어 주었다.


작년 여름이 지나고 호스타를 심은 구역의 흙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아 퇴비를 한 번 뿌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퇴비를 분해하려고 달려든 공벌레가 호스타 잎도 함께 다 먹어 치워 호스타의 잎들이 크게 상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래서 3월 경칩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퇴비를 주고, 또 꽃들의 잎과 가지에서 좀 벗어난 위치에 퇴비를 주는 것이 안전하다.


퇴비 다음에는 칼슘유황비료를 정원에 뿌려 주었다. 유독 따듯했던 지난겨울이었다. 그래서 올해 정원의 꽃과 나무에 병충해가 창궐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드너들이 많다. 나는 정원에 병해충 퇴치용 화학약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미리미리 병해충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첫 번째 예방 조치가 바로 꽃과 나무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뿌리의 발육과 병해충 예방 효과가 있는 칼슘유황비료


그래서 사용하는 비료가 칼슘유황비료다. 칼슘 성분은 주로 뿌리작물과 과일나무의 열매를 품질 좋게 하는데 기여하지만, 추가로 뿌리의 발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뿌리가 튼튼하면 꽃과 나무가 잘 자라는 건 기본. 그리고 또 유황 성분은 살충 효과가 있어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향상과 보호제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칼슘유황비료를 뿌렸던 작년의 정원에서도 민달팽이나 풍뎅이 등의 침입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녀석들은 손으로 직접 잡거나 민달팽이용 유인제를 사용하는 등의 조치가 따로 필요하디. 칼슘유황비료는 병해충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은 하지 못하니, 예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초봄은 가드너들에게 정원을 위한 밑작업을 하는 시기다. 지난겨울의 꽃과 그라스를 정리하고, 퇴비를 주고 병해충 예방도 하며 장미와 수국을 비롯한 관목, 나무들의 전지도 하는 바쁘고도 고된 시간이다.  비록 아직 쌀쌀한 겨울의 공기가 남아 있지만, 지난겨울 동안 푹 쉬었던 몸을 정원에서 다시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온몸에 땀이 한가득이다. 그러다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과 마주하는 순간, 나의 정원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나 또한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무스카리 형제들은 이른 봄 가장 먼저 싹을 올리더니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멀칭 밑으로 2년 차 수선화의 새싹이 또 한 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또 다른 구근 2년 차 튤립도 낙오되지 않고 뾰족뾰족 땅 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헬레니움, 꼬리풀, 구절초, 쑥부쟁이, 국화, 스토케시아, 코레옵시스 등 노지월동 숙근초들은 벌써부터 초록의 새잎들을 한가득 펼치며 봄을 맞을 준비 중이다.

쑥부쟁이와 코레옵시스의 새싹이 벌써 많이 자랐다


1월 중순에 파종했던 팬지와 비올라가 본잎을 본격적으로 내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낮에는 마당으로 밤에는 집안으로 이 모종들을 내고 들이는 몇 번의 마당 적응 훈련을 마치고 나면 3월 중순. 모두들 꽃대를 올릴 때까지 살아 있다면 화분과 마당에 넉넉하게 나누어 심어도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12월, 마당의 꽃이 사라지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이 겨울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하염없이 기다리던 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계절은, 이렇게 정원은 다시 또 돌고 돈다. 나의 가드닝 일상도 다시 또 돌고 있다. 하지만 장미와 수국, 그리고 숙근초들은 해를 묵어 조금 더 장했고 이 아이들은 작년과는 또 다른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면 나의 가드닝 일상도 올해는 또 다르게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1월 중순에 파종한 팬지와 비올라 등


2월이 끝나기 전 지난겨울을 붙잡는 큰 눈이 내렸다. 남아 있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솟아오르는 새싹과 새순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아직은 봄소식에 너무 설레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이다. 이렇게 기다려 다시 또 가드닝 일기를 쓸 수 있다니, 행복하고 설레는 요즘이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4년 2월 16일~2월 29일)

2월 중순에 다시 한번 큰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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