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좋다. 연하든, 동갑이든, 연상이든.
그저 나를 좋아해 준다기만 한다면 말이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술집에 들어갔다.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어 갈 때쯤 잠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러 갔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남자애랑 둘이서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뱉고 있는데 대뜸 나에게 고백을 했다. 이 남자는 분명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고백할 타이밍을 잡으려고 했을 텐데 지금 이 순간에 고백을 하다니. 귀엽다.
나보다 두 살 아래였던 남자는 2주 뒤에 군대를 간다. 그럼에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의도는 '나는 비록 군대를 가지만 누나를 좋아한다. 받아준다면 잘해줄 거지만 나를 기다려줘야 한다. 괜찮겠나?'라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거절을 했겠지만 난 보통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다. 술에 취했는지 분위기에 취했는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 우린 사귀기로 했다.
남자 친구가 입대했다. 추억도 쌓지 못한 채 남자 친구를 보내니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듯 허전했다. 이럴 거면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남자 친구가 일병이 될 즈음 면회를 갔다. 3시간을 달려가 면회 장소에 도착한 나는 남자 친구를 보고 이별을 말했다. 그의 손에는 나에게 썼던 편지들을 주기 위해 들고 있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번엔 오빠를 사귀었다. 의지할 사람이 생기니까 마음이 가볍다. 이래서 연상을 만나는구나. 어리광 대고 싫증을 부려도 다 받아줬다. 오빠가 나를 맞춰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마웠다. 우린 그렇게 오래 연애했고 헤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 친구는 일이 우선시 되어버리니 허전했던 마음속 빈자리를 또다시 느끼게 됐다. 막상 헤어지니 또 사람이 그립다.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 새로운 남자가 있으면 마음이 끌린다. 아, 이게 외로운 건가. 술을 마시면 외로움은 더해지지만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면 외로움도 그리움도 모두 없어진다. 그저 술에 몸을 맡기게 될 뿐. 그래서 밤마다 항상 취할 때까지 맥주를 마신다. 내 인생의 중요도를 따진다면 건강보다 기분이 먼저다.
"나 어때? 나랑 사귈래?"
대부도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펜션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지평선 너머로 노을이 넘어갈 때쯤 우린 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좋은 사람들과 마음 편히 마시니까 취기가 평소보다 빨리 올랐고 말실수를 해버렸다. 친구들끼리 간 여행에 친구한테 고백을 하다니, 오늘은 취한 척 넘어가야겠다.
어제의 나를 생각할수록 창피하다. 너무도 당연하게 거절당했으니깐. 뚜렷하게 기억을 하지만 장난 한 번 쳐본 거라고, 진심 일리가 없다고, 상황을 넘겼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정신 나간 소리를 했을까.
맞다. 난 애정결핍이다. 우울증에 사랑 없이는 살지 못한다. 술 없이는 잠을 못 잔다. 더 심각한 건 내 문제점을 알고 있어도 고치기 싫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른다. 이러다 아무한테 몸을 주고 마음을 줄 게 분명하다. 육체가 망가지는 것이 외로움보다 나으니까. 외로운 게 싫어서 또 남자를 사귄다.
행복하려면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에는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기에 나의 부족한 감정들을 모두 채울 수 있다. 채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무너진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나를 떠나간다면 또다시 사랑을 찾아 나설 것이고 매일 밤 술과 친구가 되어 새벽을 함께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이십 대 사랑이다.
*글의 편의성을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