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우리가 한 가족이 되기까지
전혀 다른 자성을 가진 N극과 S극이 딱 달라붙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달라 서로에게 끌렸다. 1부터 10까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고, 관심사와 성격 또한 너무나 달랐다. 비슷한 점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다른 사람이었다.
10년의 연애 기간 중, 초반 3~5년은 진흙탕 속에서 엄청 많이 싸웠다. 결코 큰소리를 내지 않던 언니도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가끔씩은 내가 폭력적인 성향을 비춰서 언니가 상처를 받아 울기도 했다. 진짜 지겨우리 만큼 싸우고 또 싸웠던 것 같다.
싸움의 소재도 다양했다. 정치 문제, 친구 문제, 술 문제, 다른 생활패턴, 오픈 게이인 나와 벽장인 언니의 성향 차이 등등… 하지만 난 싸움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인끼리의 싸움은 서로의 깊은 곳에 숨겨둔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고, 또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피 터지게 싸우는 걸 반복하며 우리는 서로 결이 다른 사람이라며 헤어질 고비도 수없이 넘겼다. 그러면서도 계속 연애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을 넘지 않게 싸웠고, 점차 건강하게 싸우고 화해하는 방법을 터득해 갔기 때문이다. 싸우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언니에게 나는 재촉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잔소리를 하는 대신 우쭈쭈 해주면 안 하던 일도 척척 하는 나에게 언니는 채찍 대신 당근을 주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고 길들여지면서, 우리의 닮은 점은 점점 늘어갔다.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든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정치랑 책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언니는 이제 나보다 정치 지식에 더 빠삭해지고, 1년 독서량이 나보다 많아졌다. 기부를 하는 나를 보고 이제는 후원도 나보다 훨씬 많이 한다. 나는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감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언니를 만나며 많이 이성적이고 차분해졌다. 10년이나 순한 사람을 옆에 두니 나 자체가 순해졌다. 쌈닭이던 나였는데, 누구랑 싸워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영화 취향도, 음악 취향도 전혀 달랐던 우리가 이제는 서로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미 짙게 물들었고, 취향을 떠나 성격이 많이 닮아지고 있다.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계속 연애를 이어갈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점점 깊어지게 되는 이유가 된 것 같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다른 상반된 성질의 N극과 S극이 붙는 것처럼 우리 역시 너무 다른 성질의 사람들이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애초에 없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과 100% 일치하는 사람도 당연하게 없다.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연애를 해가며, 트러블이 생길 때 어떻게 푸는지를 배워가고 터득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상대방과의 교집합이 늘어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어쩔 수 없이 이별이라는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언니와 나는 시간이 갈수록 교집합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이제는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대화로 잘 풀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우리는 10년간 연애를 하면서 이성 문제로 속을 썩이거나, 큰 거짓말을 해서 들켰다거나,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계속하지 않고 고쳐나갔다. 이건 연애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진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짝이 정해져 있다는 것 또한 믿게 되었다. 다른 연애 때는 이 정도 일이 불같이 화를 냈었던 거 같은데, 언니가 하면 참아진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나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인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나를 잘 다룰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니와의 헤어짐은 1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상 청약된 아파트에 들어와서 같이 이자를 내고 살고 있으니 사실혼에 가깝다. 앞으로 누군가 바람을 피우거나 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이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서로가 바람 따위 피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두텁다.
연애라는 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좋은 점은 서로에게 물들이고 나쁜 점은 좋은 점을 가진 상대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내가 한 인간으로서 더 건강해지고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한 연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