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자가 최고야.
여자가 여자랑 연애해서 좋은 점은 무수히 많다. 남자랑은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생각이 나는 에피소드는 우리 엄마랑 애인이랑 나랑 셋이서 사우나를 갔던 일이었다. 엄마에게 언니를 소개해 준지 얼마 되지 않아 언니는 낯을 가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사우나를 가자고 하자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사우나에 가서 같이 지지고 목욕을 하면서 서로 때를 밀어주었다. 그 이후 엄마와 언니는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 같았다.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생리통이나 여자로서 겪어야 하는 고통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점이 좋다. 아무리 애를 쓰고 설명해 줘도 남자들은 이해하는 정도이지, 공감할 수 없다. 기분이 유난히 안 좋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생리한다는 말 한마디면 언니는 그렇구나! 하고 내가 기분이 좋아지게 노력을 하고, 아픈 건 괜찮은지 물어본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같이 겪어본 고통이기에 걱정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쇼핑을 갈 때도 좋다. 물론 언니와 나는 옷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방문하는 매장이 다르지만, 쇼핑을 갈 때는 애인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이 옷을 고르고, 옷을 입어보고 예쁘다고, 별로라고 말해주는 디테일이 남자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여자들만의 감각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냥 대화를 나누면서도 여성이기에 약자로서 겪는 힘듦과 애로사항들이 유대가 깊이 된다. 언니나 나나 남자들이 더 많은 곳에서 근무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청난 공감을 주고받으며 퇴근하고 맥주를 마시며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리 깨어있고 열려있는 페미니스트 남성일지라도 남자는 남자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여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애초에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없다. 그래서 난 여자가 좋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잠자리는 사실 별로 맞지 않는다. 그건 이성애자 커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잘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여자 대 여자도 마찬가지다. 언니가 노력해 보겠다고, 가르쳐주면 시키는 대로 해보겠다고 해서 여러 모로 노력해 볼 생각이다. 애초에 남자처럼 크기(?) 때문에 생기는 불만이 아니어서 성관계도 남자보다 여자끼리 더 수월하게 맞춰나갈 수 있다.
아무리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동성 친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태생이 남자와 여자는 다른 성질이어서 동성끼리의 교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는 언니를 만나면서 친구와의 만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언니가 애인, 친구, 가족의 역할을 다 해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 내가 정말 여자를 만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일이 적어진다. 물론 레즈비언 사이에서도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확률이 떨어진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남자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임신 불안, 성병 불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가 최고야!
많은 레즈비언 커플들이 이것들을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