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좋은 사람들로 채워야 해.

불필요한 관계는 과감하게 끊자.

by 장마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가 우선 좋은 면만 살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우선 믿고 보는 성격이다. 그러니 사람을 가려 사귄다거나, 재고 따지지 않고 일단 친해지고, 마음을 주고 보는 성격이다. 이런 내 성격 때문에 나는 사람에게 많이 다치고,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아파한다.


이런 나와는 다르게 언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절대로 정과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언니는 진짜 사람을 “잘” 본다. 언니가 누군가를 보고 싸하다고 하거나 좀 느낌이 안 좋다고 하면 늘 내가 왜~ 이런저런 면이 좋던데?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늘 언니의 말이 옳았다. 언니는 사람을 충분히 겪어보고 나서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때서야 마음을 열고, 곁에 둔다. 그래서인지 언니 주변에는 좋은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언니의 그런 성격이 닮고 싶었다. 천천히 거리를 두고 사람을 겪어보고 내 사람으로 둘지, 아니면 형식적인 관계로 둘지 판단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던지라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아끼는 동생이 이런 말을 해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건, 그러고 상처를 받았음에도 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용기야. 이런 말이 있어. 그 사람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없이 잘해줘 보라는 말. 그러고 나서 좋은 사람이면 내 곁이 두고, 아니면 돌아서면 그만이야.”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것도 용기였구나. 너무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나에겐 정말 친한 친구 두 명이 있었다. 원래는 셋이 솔로였을 때 무척 가깝게 지내고 매일같이 만나다시피 해서 친해졌는데, 나중에 그 둘은 커플이 되었다. 내가 엄청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들이었는데 언니는 처음부터 그들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고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언니에게 서운하기도 하고, 그 친구들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언니를 설득해 보려고도 했었지만 언니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에게 싫은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무척 챙겨주고 아껴주었다.


그런데 언니를 대하는 그 친구들의 태도를 보고 나는 깨닫게 되었다.


’아… 얘네들이 나한테도 이렇게 하는구나.‘


항상 받기만 하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친구들의 태도가 그제야 눈에 보였다. 배려심 없는 이기적인 태도도. 언니가 그들에게 쏟는 노력과 정성만큼 언니에게 그 친구들은 되돌려주지 않았다. 언니도 그들이 나에게 그렇게 구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니,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과 한참 매일 만나던 때 나는 직장인이었고, 친구들은 대학생과 백수였다. 나보다 동생들이었기도 했기에, 나는 그들과 놀 때 밥값, 술값, 커피값 등등 80% 이상을 내가 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 친구들에게 그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결제하는 역할은 언제나 내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잘 먹었다거나 고맙다거나 하는 인사도 없었다. 나는 그때 그들이 어리고,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우리 모두가 30대가 되어도 그 친구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언니와 나, 그리고 그 친구 커플 이렇게 넷이 놀 때는 나중에 더치페이를 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늘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나중에는 우리와 만나면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쓰는 이유는 그들이 술을 많이 마시고, 그중 한 명은 안주를 끊임없이 시키기 때문이었다. 우리 보고 모임 통장 같은 걸 만들자고 해서 나는 동의했는데, 언니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들은 계산적이었고, 받은 만큼 돌려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건 돈이든, 마음이든 여러 형태로 드러났다.


하지만 모두 퍼주어도 애초에 상관없었으니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한 것이었고, 그 문제만 있었다면 인연을 끊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자기 앞가림을 못하는 그들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0년이 넘게 보는 동안 매번 하겠다고, 하고 싶다고 말만 하고 정작 실행력 있게 무언가를 한 적을 본 적이 없었다. 옆에서 진심 어리게 걱정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고도 해 보고, 따끔하게 혼내기도 해 보았지만 그들은 그런 내 진심을 간섭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매번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고 그걸 자랑이라도 되는 듯 얘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이 점점 떨어졌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잘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어야 하는데, 그들을 너무 사랑하고 편안하게 생각했던 나머지 나는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마음과 감정까지도. 그들로 인해 배운 교훈이 있다면 인간관계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악한 모습과 단점까지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너무 허전했고, 아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분노와 혐오가 그 자리를 채웠다. 내 마음을 전부 내주었었기에 끝난 인연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한 점도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 쏟았던 시간, 감정, 걱정, 기대 따위의 것들이 매일 분노로 되돌아왔다. 타인을 싫어하고 혐오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언니는 그냥 잊어버리라고, 지금이라도 악연을 끊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그들에 대한 화가 시시때때로 난다.


지금은 그들이 스쳐간 자리를 좋은 사람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다. 악연이 사라진 자리를 귀인으로 메꾸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그리고 사람을 잘 보지 못한다는 내 단점을 극복하고자 이미 좋은 사람이라고 검증된(? 이 말이 좀 웃기긴 하지만.) 친구의 친구들을 소개받아 만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고, 먼저 믿고 보는 마음이 있는데, 그건 고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이 분노까지도 사그라들고, 그들은 내 삶의 작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는데, 나는 어느새 또 다른 사람들 곁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한 인연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내 주위를 좋은 사람들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채울 생각이다. 내 주위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내가 나중에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밀어낼 것이고,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플러팅을 할 것이다.


그렇게 점점 나의 인간관계는 발전하게 될 것이다. 모두들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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