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태즈메이니아 섬의 고유종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는 개와 비슷하게 생긴 유대류입니다. 초기의 목격자들은 조심스럽고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고 평가하였지만, 점차 가축을 훔치고 잡아먹는 포악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당시 유럽 정착민의 농업과 목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성가신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1830년부터 현상금이 걸린 무자비한 학살이 시작되었고, 1936년 마지막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가 죽으면서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서식지 상실과 들개의 유입, 먹이 부족 및 질병도 멸종 요인이었습니다.
20세기 초, 여러 동물원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에 대한 지식을 정립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가 가금류 포식자이며 가축에 위협적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증명하는 위와 같은 사진은 호주 박물관 매거진을 시작으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많은 출판물에 사용되었고, 약탈하는 동물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고착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매체로 여겨지곤 합니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신화는 사진이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88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필름 리터칭 기술이 발표되었을 때, 이미 의심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리터칭 기술로 사진을 자르고 확대하고 축소하고 장식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장을 하나의 사진으로 합성할 수도 있었습니다. 1904년 완성된 하프톤 인쇄 기술과 결합하여 사진의 조작 가능성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1913년 카메라 매거진의 기사에 따르면, “에칭 나이프는 리터칭 부서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쓰임새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시를 보정하기 원하는 남자나 여자가 있고, 비뚤어진 코나 너무 튀어나온 광대뼈를 개선하고, 흩어진 모발을 지우고, 드레스의 주름을 없애고, 머리를 검게 하고, 움직이는 인물을 선명하게 하고, 인물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부드럽게 하거나 제거하는 것 등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호주의 자연주의자 헨리 버렐 Henry Burrell(1873~1945)은 오리너구리와 단공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합니다. 동물학자들 중 최초로 오리너구리를 포획해 관찰한 학자로서, 고유종들을 위한 작은 동물원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유머 감각이 뛰어났고, 예리한 분석 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습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만적인 사진들은 장기간 동물학계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습니다. 헨리 버렐의 한 동료가 버렐이 발표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사진들이 박제 표본을 이용해 연출한 사진으로 의심된다는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2005년,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캐럴 프리먼(Carol Freeman)은 고해상도 스캔 사진을 이용해 리터칭 및 조작 흔적을 분석하였습니다.
캐럴 프리먼의 연구에 따르면,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목과 어깨에는 상당한 무게의 새를 들어 올리고 있을 때 보여야 할 근육 반응이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생기 없는 눈과 메마른 피부 등은 박제의 특징입니다. 배경의 돌과 나무 낙엽 등의 배치에서도 자연 상태로 보이기 위해 연출한 흔적이 나타났고, 많은 부분에서 연필과 붓을 이용한 리터칭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장의 살아 있는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사진과 표본 사진을 합성해 상당히 긴 시간 공들여 제작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세계는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거나 포착한 순간입니다. 역사학자의 연구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과 유사한 시각적 역사 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발명과 더불어 리터칭 기술도 발전하였기 때문에, 사진은 목적이나 맥락에 따라 재정의되고 텍스트와 함께 재해석되고 왜곡되기도 합니다. 예술적 스타일로 찬사를 받는 유명한 호주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 Frank Hurley(1885~1962)도 극적인 연출과 합성으로 인해 사진 기록의 진실성과 역사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민속학자이자 사진작가로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방대한 사진과 자료를 남긴 에드워드 S. 커티스 Edward S. Curtis (1868~1952)도 일부 학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사진은 서구의 영향을 받지 않은 원주민 고유의 풍속과 문화를 담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사라지는 종족'이라는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각종 전통적인 소품과 설정을 동원하거나 사진을 수정한 결과물입니다.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춤과 의식 촬영에 참여한 원주민들에게는 대가를 지불하였습니다. 두와미시 부족의 안젤리나 공주는 1달러를 받았습니다.
대중매체에는 인기 영합적이고 자극적으로 재구성된 정보가 넘쳐납니다. 우리 일상의 여려 영역에서도 현실은 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왜곡되곤 합니다. 극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유익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 많은 논란과 실질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교하게 설계된 조작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슬프게도, 거짓은 때로 진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가축을 약탈하는 해로운 동물로 낙인 찍혀 대학살을 당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의 운명처럼 말입니다.
자료출처
An analysis of Harry Burrell’s photograph of a thylacine with a chicken, Carol Freeman, 2005
How Photo Retouching Worked Before Photoshop, BY JOCELYN SEARS, 2016
https://adb.anu.edu.au/biography/burrell-henry-james-5435
2008년, 호주 동물학자 로버트 패들은 사진 속의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가 박제 표본 합성이라는 캐럴 프리먼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로버트 패들의 논문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