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2년에 봉인된 도도의 비밀
동물 멸종사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유명한 존재 중 하나인 도도(Raphus cucullatus)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도도의 정확한 모습에 대해서는 일치된 결론 없이 연구와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목격자의 진술, 불완전한 묘사, 재구성된 골격, 예술적 상상, 과학적 추론 등이 있을 뿐 사진도 영상도 없는 시대에 제대로 연구도 되기 전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멸종된 도도의 실제 모습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복잡한 시대적, 과학적 맥락 속에 놓여 있습니다.
2019년 1월 16일 자 더 선(The Sun)의 표지에 당시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Theresa May)와 도도를 합성한 이미지가 사용되었습니다. 메이의 브렉시트 법안이 하원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을 도도의 어리석음과 무능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처럼 도도는 현대 문화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 어리석은' 무언가를 상징하는 기성품화된 시각적 은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LEVIHN-KUTZLER, 2022). 오랜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도가 뚱뚱하고 게으르고 아둔한 존재로 묘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도는 정말 그런 동물이었을까요.
수요일 발행된 대부분의 신문 1면은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Brexit) 투표 패배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의회는 화요일, 230표라는 격차로 그 합의안을 거부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더 스코티시 선(The Scottish Sun)은 이 투표가 테레사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도새처럼 완전히 죽은(dead as a dodo)"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확고한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제이콥 리스-모그(Jacob Rees-Mogg)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는"[이 합의안은] 도도새를 아주 활기차 보이게 만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BBC, January 16, 2019
인도양 남서부의 작고 외딴 모리셔스 섬에서 수백만 년 이상 살았던 도도는 1662년, 인간에게 발견된 지 150년 만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755년, 안타깝게도 완전한 도도 표본이 머리와 발만 남기고 파손되었고, 1860년 아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4개의 불완전한 표본만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도도의 외양은 주로 골격을 기초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세부 사항이 부족하고 형태학적으로 정밀하지 않았습니다.
목격자들은 도도의 외양에 대해 다양한 증언을 남겼고, 여러 화가들이 저마다 상상력을 가미해 도도를 그렸는데,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도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1598년, 네덜란드 무역선 겔더란트(Gelderland)호의 항해일지에 실린 스케치는 살아 있는 도도를 직접 관찰해 그린 것으로서 균형 잡힌 형태와 탄탄한 다리, 먹거나 달리는 등의 활동성을 볼 수 있습니다.
1626년경, 롤랜드 사베리(Roeland Savery)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은 초기의 관찰 스케치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육중하고 불안정한 형태는 야생 동물로서의 생활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고, 땡그란 눈과 벌어진 입 등 표정은 어딘지 멍청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채색에 비해 형태 자체는 과장된 캐리커처의 도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조류학자이자 삽화가인 조지 에드워즈(George Edwards)가 런던의 대영 박물관에 기증한 실물 크기의 이 그림은 작가의 서명과 제작 날짜가 없기 때문에 '에드워즈의 그림(Edwards painting)'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이후 가장 유명한 도도 그림이자 도도 이미지의 원형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1866년,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오웬(Richard Owen)은 1860년 모리셔스의 마레 오 송스 습지에서 새로이 발굴된 아화석을 기반으로 도도의 골격을 복원했습니다. 제임스 에르스레벤(James Erxleben)이 그린 오웬의 복원도를 보면, 사베리 그림 속 도도의 외곽선을 따라 골격이 재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69년, 오웬은 더 많은 뼈를 확보해 지나치게 쪼그려 앉은 형태였던 도도를 보다 직립 상태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지만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확보된 도도의 골격은 형태학적 이해를 새롭게 하지 못하고 기존의 도도 이미지 재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골격의 완성도에 비해 도도의 외양에 대한 지식은 불완전하고 모호하게 고착화되었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풍자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는 과학이 오류와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1950년대, 인도 무굴 회화 양식의 도도 그림이 발견되면서, 이전의 그림들에서 나타나는 왜곡을 일부 보정할 수 있었습니다. 1625년, 우스타드 만수르(Ustad Mansur)는 인도 수라트에 동물원을 소유했던 무굴 제국의 황제 자한기르(Jahangir)를 위해 동물들을 그렸습니다. 과학적 호기심이 많았던 황제는 만수르에게 과학적이고 세밀한 그림을 제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만수르의 도도가 과학적 권위를 획득하는 이유는 도도와 함께 그림에 등장하는 서부트라고판(Tragopan melanocephalus), 인도사막꿩(Pterocles indicus), 청머리사탕앵무(Loriculus galgulus)가 실제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1700년대에 인도에서 도난당한 이 그림은 페르시아를 거쳐 195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열린 인도-페르시아 미술 전시회에서 발견되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93년, 생물학자 앤드류 키치너(Andrew Kitchener)는 도도가 알려진 것보다 더 날씬하고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키치너는 1600년대 초에 그려진 날씬한 도도 그림들이 뚱뚱한 도도들보다 실제 모습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초기의 관찰과 묘사에서 확인되는 특성과 다르게 도도는 왜 뚱뚱하고 게으르고 멍청한 이미지의 동물이 되었을까요. 당시의 보편적 사고 체계에 의하면, 도도의 멸종은 인간의 무자비한 남획 때문에 아니라, 자연 경쟁에 취약한 도도의 불완전한 속성 탓입니다. 멸종될 만한 도도의 결점이 사베리의 그림이나 여러 풍자화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생존 투쟁에서 밀려난 종의 멸종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현대의 우리처럼 종의 멸종을 슬퍼하거나 생태적 책임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근대 지질학을 창설한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797~1875)의 글을 보면, 제국주의 시대의 강자 지배적 논리가 고스란히 담긴 당대의 자연관과 멸종에 대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진하며 멸종이라는 칼날을 휘두른다 해서, 우리가 저지른 파괴에 대해 후회할 이유는 없다. […] 우리가 정복을 통해 지구의 소유권을 얻고 무력으로 우리의 획득물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독점적인 특권도 행사하는 것이 아님을 반추해 보아야 한다. 작은 지점에서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간 모든 종은 마땅히 그와 같은 방식으로 다른 종의 감소나 완전한 절멸을 통해 자신의 진보를 표시해 왔으며, 다른 식물과 동물의 침입에 맞선 성공적인 투쟁을 통해 자신의 터전을 유지해야만 한다. (Lyell 1868, 460-461)
현대의 우리가 자연을 단순히 정복의 대상이나 자원으로만 보는 사고에 제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자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고 지구 생태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현대에도 여전히 두려운 미지의 영역으로, 과거의 인류가 자연 정복을 위해 무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한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 대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가해자 중심적 합리화입니다. 카인과 아벨의 태곳적 성경 이야기에도 나타나는 인간 사회의 이 고질적인 악덕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따돌림 등 인간 대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 대 자연에서도 여지없이 작동합니다. 모든 폭력의 가해자는 그 대상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아벨을 죽이고 요셉을 모함한 형제들의 거짓처럼, 수백만 년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평화롭게 살아왔던 도도 역시 종의 몰락을 자초한 특성을 지닌 형편없는 이미지로 왜곡되었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발견을 통해 도도에 대한 왜곡된 담론과 지식도 수정되고 보완되어 가고 있습니다. 2005년, 모리셔스의 마레 오 송스 늪에서 최소 17마리의 도도 뼈가 발굴되었고, 2006년에는 탐험가들이 모리셔스의 용암 동굴에서 완전한 골격을 찾아냈습니다. 현재 전 세계 26곳의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도 표본은 대부분 마레 오 송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도도의 대퇴골 표본을 바탕으로 몸무게를 새롭게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van Heteren et al, 2017), 도도의 평균 몸무게는 약 12kg으로 추정되며, 이는 도도가 속한 비둘기과(Columbidae)의 가장 큰 새보다 약 5배나 무거운 수치입니다. DNA 분석 결과, 유전학적으로 도도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로드리게스 솔리테어(Pezophaps solitaria)입니다. 로드리게스 솔리테어는 마다가스카르 로드리게스 섬에 살던 날지 못하는 새로 1778년에 멸종했습니다. 이 새 또한 1786년 아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도도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인도양 니코바르 제도에 서식하는 니코바르 비둘기(Caloenas nicobarica)입니다. 니코바르 비둘기도 다른 많은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불법적으로 사냥 및 거래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도도의 뼈조직 연구 분석에 따르면(Angst et al, 2017), 도도는 모리셔스의 계절 주기에 적응하여 진화했으며, 털갈이도 이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털갈이가 시작되는 시기의 솜털 같은 검은 깃털, 실제 깃털이 혼합된 중간기, 털갈이를 마친 시기의 깃털이 다릅니다.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는 지방이 축적되고 겨울철에는 소모되는 체중 변화에 대한 가설도 제기됩니다. 모리셔스 섬은 11월부터 3월의 기간 동안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사이클론이 발생하여 나무의 잎, 꽃, 열매가 떨어지는 탓에 동물들에게 심각한 식량 부족과 기아를 초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도도를 목격한 선원들이 도도의 모습에 대해 각기 다른 묘사를 하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DNA 원형 그대로의 도도를 복원하지 않는 한, 도도의 깃털의 실제 빛깔이나 세부적인 모습을 알 수 없습니다. 도도의 모습은 멸종된 파란영양처럼 자연의 비밀이 되었고, 우리는 남아 있는 골격과 자료들로 상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도도의 형태학적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도도가 멸종에 이르게 된 원인, 과정, 그 영향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이를 교훈 삼아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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