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년 반 전인 2023년 가을(9월 8일 ~ 10월 10일)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째 다녀왔습니다. 1,000km를 걷는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내 안에 어린 아픔과 슬픔을 풀어낸 순례길이었습니다. 제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다녀온 것은 10년 전입니다. 2013년 9월부터 30일 동안 프랑스 남부 작은 도시인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여 km에 이르는 '프랑스 길'을 걸은 뒤 땅끝마을이라는 피스테라까지 90km까지 총 890km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뇌종양으로 하루하루 생명이 꺼져가는 네 살짜리 손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나의 간곡한 호소와는 상관없이 하늘로 훌쩍 떠난 손자는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지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길 위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며, 별이 된 손자와 짧은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걸은 두 번째 순례길은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레온까지는 '프랑스 길'을 걷다가, 오비에도로 이동해서 좀 더 어렵다는 '최초의 순례길'이라는 '카미노 프리미티보'를 통해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묵시아와 피스테라까지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포르투갈 길도 일부 걸었습니다. 좀 늦었지만, 이번에는 프랑스 길과 프리미티보 길, 묵시아와 피스테라에 이르는 길을 걷는 여정, 33일간의 기록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길이 나를 부른다. 산티아고 가는 길, 메세타로 난 길이 나에게 손짓한다. 또 오라고. 한 번 더 걸어보라고. 10년 만에 다시 길의 부름에 응답하기로 했다. 메세타의 손짓에 이끌려 나는 하늘 길을 날아 산티아고 순례길에 들어서기로 했다. 모든 여정은 길에 맡겨 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