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늘 우리 곁에 머물며, 때로는 우리를 감정의 폭풍 속으로 이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찬란해 보이고 상대방의 단점마저도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순간 이성을 잃는다"고 말해도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랑이란, 이성을 내려놓고 감정의 큰 물결에 온전히 몸을 던지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우리는 때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이치에 맞는 말만 한다면, 그 사랑의 진정성을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출세를 향한 욕망도 마찬가지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욕망은 우리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한 경쟁에 몰두하고,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며, 자신의 가치를 희생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출세를 향한 욕망에 휘둘리고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무모하게 행동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며 마치 꿈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혼란스럽다. 조직에서 보스가 잘못된 지시를 내렸을 때 No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권력자가 주관하는 회의를 하면 아무리 사업이 어려워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고, 모든 일은 잘 될거야’로 마무리 된다.
그러나 욕망에서 벗어나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인다. 내가 사랑에 푹 빠져 상대방에게만 몰두했던 그 순간들, 진급을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며 밤낮없이 달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욕망에 깊이 잠식되어 있었고, 이성이 흐릿해진 상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무리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행동들이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욕망이 가라앉은 후에야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깨달음은 마치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햇빛이 안개를 걷어내고 나서야 내가 걸어온 길을 깨닫는 것과 같다. 그래서 결혼 후 시간이 흐르거나 직장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시절의 자신을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아무리 주변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내도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거나 욕망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 혹은 어쩔 수 없이 그 욕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비로소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욕망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일이 지나치게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 안에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지 돌아보려 노력한다. 주식을 사면 큰 돈을 벌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는 아마도 나는 돈에 대한 욕망에 눈이 멀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순간,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다. 아마도 사기꾼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사기꾼에게는 제정신인 사람이 만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나의 욕망을 주의 깊게 살핀다. 그리고 타인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면 어떤 욕망에 사로 잡혀있을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