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통의 삶'이 무시되는 현실

높은 기대는 평범한 삶을 실패로 간주한다.

by 썬피쉬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경쟁을 강조해 왔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이 메시지는 우리의 삶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학업 성적에서부터 운동이나 예체능 활동까지 항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경쟁적인 사고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것을 실패로 인식하게 만든다. 대기업 취업, 명문대 진학, 명품 소비 등은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 되었으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보통의 삶”은 점차 존중받지 못하고 실패한 삶처럼 여겨지게 된다.


노동 시장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전체 노동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며, 그들 자신도 종종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느낀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결과이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면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압박은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유발한다. 이는 결국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이러한 사회적 압박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최근 10년간 10대와 20대의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청소년기부터 지속적으로 강요된 경쟁과 “평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는 청년들이 평범한 삶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이들은 자신의 삶이 특별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 여기며 점차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한국 사회는 청년들에게 보통의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끊임없는 평가와 비교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소비 문화 또한 평범한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명품 가방이나 고가의 소비재는 사회적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이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패자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경제적 능력을 넘어 무리한 소비를 조장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스트레스와 재정적 부담을 초래한다. 사회는 물질적 소유를 성공의 지표로 삼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사람들을 실패자로 몰아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거의 고성장 시대와 달리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자리와 임금은 크게 늘지 않고, 집값은 급등해 청년들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며 청년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안겨주며, 평범한 삶을 실패로 여기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평범한 삶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첫걸음일 수 있다. 대단한 성취나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매일의 작은 기쁨과 만족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본질이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나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순간들이 그러한 작은 기쁨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경쟁에서 앞서는 것만을 가치로 여기지 말고, 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소박한 행복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일상들이 시간이 흐른 뒤 가장 큰 행복의 가치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통”이라는 이름의 삶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값진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식의 변화이다. 우리는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도 조급해 하지 않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쓸모가 없어. 근데 누구에게 쓸모가 있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