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쓸모없는 나무는 뽑히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는 쓸모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존재의 가치를 '쓸모'로만 판단해야 하는가? 세상에는 굳이 목적을 부여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많다. 바람, 구름, 그리고 하늘의 끝없는 푸르름까지.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이나 존재의 이유는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
쓸모 없음을 인식할때 대부분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더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편안해지는 기분도 있다. 더 이상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사회적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효율성, 생산성, 목적과 쓸모에 대한 강박 속에서 자라왔다. 학생으로서의 쓸모(좋은 성적을 통해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예를 들어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 순간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쓸모(부모님의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을 돌보는 것),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쓸모(직장에서 생산적인 성과를 내는 것,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기 위해 주말에도 일하는 것). 마치 우리의 가치가 오직 '쓸모'로 정의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강박이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왜 우리는 스스로를 '쓸모 있는' 존재로 증명해야만 할까?
쓸모가 없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만날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무 쓸모도 없이, 그저 존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아무런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가 특정한 목표나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순간의 기쁨과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무런 이유 없이 해변에서 바람을 느끼거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공원을 산책하며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것, 누군가와 무의미한 농담을 나누는 것,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흔들리는 것. 이런 순간들은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에 우리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만나고, 단순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왜 쓸모가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은 우리가 가진 가치관을 전복시킨다. 쓸모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떨까? 쓸모와 상관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예를 들어, 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부족한 부분도 인정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작은 실천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을 연습하는 것처럼 작은 행동을 통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자유가 아닐까. 쓸모를 넘어선 존재,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쓸모를 강요받는 세상 속에서 쓸모 없는 존재가 과연 쓸모없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장자의 우화에서도 목수 '석'이 제나라로 가는 길에 만난 거대한 상수리나무를 이야기한다. 이 나무는 너무 커서 수천 마리의 소가 그늘에서 쉴 수 있을 정도였지만, 목수 석은 이 나무가 쓸모없기 때문에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짜면 곧 썩으며, 기둥을 만들면 좀이 슬기 때문에 쓸모없다고 평가되었지만, 오히려 그 쓸모없음 덕분에 누구도 베지 않았고, 그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 수많은 생명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인간에게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나무는 오히려 뽑히지 않고 그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런 나무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늘을 만들어 주고, 많은 생명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쓸모 없는 나를 받아들이면 더 이상 남들의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평온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쓸모에서 벗어나면 평가받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 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