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흔적

by 썬피쉬

신월리의 의문의 병원은 미주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검색과 자료 조사를 통해 병원과 관련된 정보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철저히 감춰져 있다니… 정말 뭔가 있는 게 분명해.”

미주는 직접 병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병원 근처에서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그녀는 그중 한 사람이 작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병원 정문 대신 별도의 출입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주는 주변을 살피며 적절한 기회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미주는 병원 담장 주변을 다시 찾았다. 조용한 마을의 어둠 속에서 병원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몰래 담장을 넘어 병원 안으로 숨어들었다.

긴 복도를 따라가던 그녀는 낯선 소리를 들었다.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미주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낮추고 천천히 다가갔다.


“다음 조치는 언제 실행합니까?”

“이번 주 내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상자들의 동의를 대부분 받았고, 나머지는 설득 중입니다.”

“저항은 없었나요?”

“저항은 있었지만, 강압적인 수단은 되도록 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후폭풍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미주는 숨을 죽이며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대화 내용은 섬뜩했다.

“대상자? 설득? 대체 뭘 말하는 거야?”


그녀는 그들이 있는 방을 엿볼 수 있는 위치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문틈 사이로 보인 장면은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방 안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화면에는 각기 다른 노인들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병원의 환자가 아니었다. 화면 속 노인들은 모두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부는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주는 손에 땀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방 안의 대화를 계속 들었다.

“정부 쪽에서도 이 상황을 알고 있나요?”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봐야죠. 한국이 지속 가능하려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젊은 세대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 순간, 미주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정부가 연관돼 있다고? 이건 단순히 신월리라는 작은 마을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야.’


미주는 몰래 병원에서 빠져나와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벽 뒤에 몸을 숨겼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다음 대상자는 준비됐나요?”

“네, 설득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몇 명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젠 설득보다 강경한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드러나선 안 되니까요.”


미주는 가슴이 터질 듯 긴장한 채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말하는 ‘대상자’가 실종된 노인들이라는 건 분명해. 그리고 이 병원은 그 노인들을 어딘가로 보내기 위한 거점이야.’

그녀는 몰래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며 속으로 다짐했다.

“X라는 이름을 정확히 밝혀야 해. 그리고 이 병원이 하는 일이 뭔지 세상에 알려야만 해.”


병원에서 돌아온 미주는 그날의 기록을 남기며 생각에 잠겼다.

“‘노인들이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어. 이건 계획적인 움직임이고, 그 목적은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해 노인을 ‘정리’하려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는 과연 정당한 걸까?”

미주는 노트에 한 줄을 굵게 적었다.


“선택이 아닌 강요,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X의 실체.”

토요일 연재
이전 04화의문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