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마을

by 썬피쉬

미주는 신월리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 외곽의 작은 시골 마을. 한눈에 봐도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었지만, 분위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낡은 간판엔 "신월리"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가자, 적막한 거리가 미주의 앞에 펼쳐졌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갔지만,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어디론가 향해 있긴 했지만, 초점이 흐릿했다.


미주는 가장 먼저 마을 중앙에 위치한 작은 상점으로 들어갔다. 좁은 가게에는 잡다한 생필품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주인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미주가 밝게 인사하자, 노인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낯선 사람이네. 어디서 왔나?”

미주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조금 조사할 게 있어서요. 근처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여기 마을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노인은 잠시 미주를 관찰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한 마을이야. 특별히 볼 건 없네. 그냥 노인들 살기엔 적당한 곳이지.”

미주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근데 여기 노인분들이 꽤 많으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애매하게 웃기만 했다.


가게를 나와 마을을 걷던 미주는 한 집 앞에서 작은 소란을 목격했다. 휠체어를 탄 노인이 집 앞에 앉아 있었고, 젊은 남성이 그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요.”

노인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남성은 차분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선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질 겁니다. 당신이 스스로 결정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미주는 멀찍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무슨 상황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대화의 어조와 내용에서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선택이라니… 무슨 선택을 말하는 걸까?” 미주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을 주변을 조사하던 미주는 조금 더 깊은 곳에 위치한, 외부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할 법한 장소를 발견했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 담장 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색 건물은 병원처럼 보였다.

“이런 데가 있을 줄은 몰랐네…” 미주는 천천히 담장 주변을 걸으며 안쪽을 살폈다. 건물 앞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있었고, 일부 사람들이 흰 가운을 입고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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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담장 안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부인은 이 지역을 떠나는 게 좋아요. 불필요한 관심은 좋지 않습니다.”

미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담장 너머로 누군가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녀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마을에서 벗어나 숙소로 돌아온 미주는 노트북을 열고 오늘 마주친 정보를 정리했다.

신월리에 이상하게 많은 노인들.
누군가 노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대화.
높은 담장 안에 있는 의문의 병원.


“뭔가 있어… 이 마을은 그냥 평범한 곳이 아니야.”

미주는 고민 끝에 다음 계획을 세웠다.

“병원 안에 들어가 봐야겠어. 거기서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노트에 굵은 글씨로 적었다.

“진실은 신월리 안에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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