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으니, 이상하게도 남의 눈이 덜 보인다.
예전에는 모임에서 무슨 말을 할지, 옷은 괜찮은지, 표정은 예의에 맞는지 먼저 신경 썼다.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일이 습관이었고, 그게 나를 지켜주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 잃은 게 많았다. 내 마음보다 남의 기대를 앞세운 시간, 그 속에서 나는 늘 조금씩 지쳐 있었다.
얼마 전, 사람 많은 거리에서 발이 꼬였다. 몸이 휘청, 거의 넘어질 뻔했다. 예전 같으면 얼굴이 달아올라 주변을 훑었을 것이다. 누가 봤는지, 웃는 사람은 없는지. 그 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괜히 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걸음을 이어갔다. 발이 꼬였을 뿐, 인생이 꼬인 건 아니니까. 아마 50이 넘으면서 얻은 여유일 것이다. 작은 실수도 체면의 흠집으로 여겼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그저 하루의 소소한 장면일 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고, 나도 그럴 자격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억지 미소 대신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꼭 가야 할 자리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걸 먹는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볼지는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그 배려가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 선에서 멈춘다. 나를 지키는 울타리가 생긴 셈이다.
그리고 알게 됐다. 진짜 행복은 남의 시선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를 존중할 때, 관계도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나이들 수록 행복감이 올라간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가볍게 산다.
그게 나이 든 보람이라면, 꽤 괜찮은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