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비웠다
토익, 오픽, 일본어, 프랑스어 교재, 자기계발서, 마케팅 책까지. 50년 동안 쌓아온 학습의 흔적들이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다 읽었던 책들, 다시 펼치지 않을 책들.
예전에는 남의 생각이 궁금했다.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 적고, 새로운 지식을 쫓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열망이 잦아들었다. 더 이상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
무기력감에 집을 정리하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책을 비운 자리에 여백이 생기듯, 머릿속에도 틈이 생겼다. 앞으로는 e북만 읽고, 종이책은 쌓지 않기로 했다.
남의 생각을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