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처음 연애할 때는 ‘와, 이 사람 참 알뜰하네’ 하고 감탄한다.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결혼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안정적인 생활을 함께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똑같은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알뜰했던 태도가 이제는 “왜 이렇게 인색하지?”라는 불만으로 바뀌는 거다. 기념일에도 선물 하나 안 하고, 외식조차 부담스러워한다면, 그 순간 검소함은 미덕이 아니라 결핍처럼 느껴진다. 상대는 변한 게 없는데, 내 마음이 달라져서 해석이 바뀐 거다.
생각해 보면, 모든 관계가 그렇다. 처음에는 ‘성실하다’고 좋아했던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융통성이 없다’로 보이기도 하고, ‘자유분방하다’고 끌렸던 면이 ‘무책임하다’로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장점과 단점은 한 몸처럼 붙어 있고,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얼굴을 바꾼다.
그래서 오래가는 관계에는 ‘상대방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시선 조율’이 더 필요하다. 검소함을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는 균형이 필요하다. 반대로 상대의 단점으로 보였던 부분도 “이게 오히려 나에게 없는 면이라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바라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내 마음과 기대다. 결국 관계를 지탱하는 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절하느냐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