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세권에 앉는다는 건 간접흡연하는 것과 같다.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뭘까? 다 필요 없고 “역세권”이다. 지하철역이 가까우면 출퇴근이 편하고 집값도 오른다. 부동산 세계에서는 역세권이 곧 천국의 티켓이다. 그런데 회사에는 역세권의 사촌쯤 되는, 아주 기괴한 개념이 존재한다. 바로 “욕세권.” 부동산의 천국이 역세권이라면, 회사의 지옥은 단연 욕세권이다.
욕세권이 뭐냐고? 말 그대로 욕이 들리는 권역이다. 팀장 자리 옆, 회의실 근처, 혹은 평소 성량이 성악가 수준인 상사 반경 안. 본인에게 직접 욕을 하지 않아도 문제다. 옆에서 하루 종일 “그래서 결론이 뭐야?!”, “니 생각은 도대체 뭐라는 거야?” “다시 해와”, “머리는 장식이냐?” 같은 대사가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온다. 회사는 원래 시끄럽다지만, 이건 소음 공해가 아니라 멘탈 공해다.
문제는 이게 은근 마음을 갉아 먹는다. 그래서 집중력 저하, 만성 긴장, 그리고 ‘나는 왜 여기 앉아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다. 부동산은 역세권 프리미엄이 붙지만, 회사는 욕세권 마이너스 피가 붙는다.
웃픈 사실은 회사에서 이런 욕세권이 의외로 흔하다는 거다. 자리를 배치할 때 프린터기 옆, 창가 자리보다 훨씬 중요한 게 욕세권 여부인데, 정작 아무도 지도에 표시해주지 않는다. 신입사원들은 모르고 앉았다가 3개월 만에 탈모가 진행되고, 베테랑 직원들은 슬그머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꺼내든다. 회사의 숨은 지뢰밭이 바로 욕세권이다.
결국 욕세권의 진짜 문제는 성과가 아니라 건강이다. 옆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욕설은 담배 연기처럼 퍼져 나가고, 그 연기를 매일 들이마시는 사람은 언젠가 병이 난다. 욕 내성이 쌓이는 게 아니라, 멘탈이 닳아 없어지는 거다.
그렇다면 해답은 뭘까? 간단하다. 욕세권을 피하거나, 더 근본적으로는 욕세권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 서로 존중하는 말투, 불만을 욕 대신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존중”이라는 단어가 회의실 문 앞에서 자동으로 증발하는 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최소한 이 진리는 명확하다. 집은 역세권에 살아야 편하고, 회사는 욕세권을 피해 앉아야 산다. 부동산에서는 역세권이 자산 가치를 올리지만, 직장에서 욕세권은 마음 가치를 갉아먹는다.
“역세권은 물질의 천국, 욕세권은 마음의 지옥 — 대한민국 직장인의 진짜 입지 조건은 부동산보다 자리 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