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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까 봐 보험에 들었더니, 보험비 내느라 내가 아프다

앞뒤가 바뀐 선택

by 썬피쉬


쓸 돈이 없다. 월급날만 되면 통장은 환자가 된다.
보험금, 대출이자, 할부, 관리비, 학원비… 줄줄이 빠져나가는데,
그중에서도 내 통장을 가장 크게 때리는 건 늘어만 가는 보험비다.
나는 건강하지만, 내 통장은 중환자실 신세다.

나는 아플까 봐 보험에 들었다. 그런데 정작 아픈 건 내 몸이 아니라 내 통장이다.
보험사 광고는 늘 이렇게 묻는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그 한마디에 나는 바로 불안해졌다.
불안은 보험사 최고의 영업사원이고, 나는 그들의 충실한 고객이었다.
특약은 덕지덕지 붙고, 약관은 수학 문제집처럼 복잡하다.
결국 나는 아플까 봐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 때문에 두통과 불면증이 찾아왔다.

웃긴 건, 해지하려니 또 불안하다.
“혹시 내일 큰 병에 걸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안 들면 불안하고, 들면 부담스럽다.
보험은 원래 안전망인데, 지금은 내 목을 조이는 올가미 같다.

보험은 미래의 불행을 대비하는 장치다.
그런데 나는 그 불행을 막으려다 오늘의 행복까지 저당 잡혔다.
내일 병원비는 막을지 몰라도, 오늘 점심값은 벌벌 떨고,
내일 건강을 준비한다면서 오늘 스트레스로 위장을 망쳤다.
미래의 병을 예방하기 전에 현재의 병이 먼저 생기는 꼴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보험비를 줄이고, 그 돈으로 수영 강좌를 등록하기로 했다.
아플까 봐 돈을 붓는 것보다, 애초에 아프지 않게 사는 게 낫다.
수영장에서 물장구라도 치고 나오면 스트레스는 반쯤 풀리고, 체력은 조금 더 붙는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보험이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보험은 내일을 지키지만, 운동은 오늘을 살린다.
나는 오늘을 살리기로 했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던 보험비 일부를 수영장으로 돌리자, 불안 대신 웃음이 남았다.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나는 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찾던 안전망은 약관 속이 아니라, 수영장의 물결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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