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말 하지말고 싸우라는 것으로 들린다.
누군가 내게 “화이팅!”이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말하는 사람은 분명 좋은 의도로 한 말일 것이다. 힘내라는 격려, 잘 되길 바라는 응원.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다. 마치 나도 모르게 짊어져야 할 의무가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이팅”이라는 말은 긍정의 언어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은근한 압박이 되기도 한다. 이미 지쳐 있는 상황에서 “더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버티기 힘든데 더 내야 할 힘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나는 내 안의 고갈을 솔직히 말할 수 없게 된다. “사실 너무 힘들다”라는 진짜 속마음은 삼켜지고, 겉으로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응, 화이팅!”을 되돌려줘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화이팅”은 거의 자동응답처럼 쓰인다. 시험 앞둔 학생에게, 발표를 앞둔 동료에게, 심지어 그저 하루를 버티는 사람에게까지 건네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두가 그렇게 힘을 내고 있다면, 정작 힘들다고 말할 틈은 어디에 있을까. “화이팅”은 서로를 응원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라”는 사회적 신호처럼 들릴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화이팅”이라는 말보다 “괜찮아, 힘 빼도 돼”라는 말이 더 큰 위로로 다가온다. 내 상태를 인정해주고, 버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나에게 부족한 건 더 내야 할 힘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시선이다.
물론 누군가의 “화이팅”이 진심의 응원일 때는 고맙다. 그 마음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짊어져야 할 의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힘을 강요하지 않는 격려다. 때로는 “힘내라”보다 “힘들지”라는 공감이, “화이팅”보다 “같이 있자”는 동행이 더 큰 의미가 된다.
나는 이제 “화이팅”이라는 말을 다르게 듣는다. 누군가에게 건네야 할 때도 조심스럽게 고른다. 그 말이 상대에게 짐이 아니라, 진짜로 기댈 수 있는 응원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