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집 (미쓰다 신조, 2014)
차영은 당연한 듯 도서관 카운터 앞에 섰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회원증을 찍고 맞은편에 앉은 사서에게 말한다. "상호대차 온 거 있나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책이 왔는지는 알 수 있다.
서울시립도서관
[Web발신]
[서울시립도서관] 당차영님 상호대차자료 도착.보관만기일:2024/06/04까지('괴담의 집')
라고 적힌 문자를 받았으니까.
사서가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차영을 힐끔 본다. 그리고 뒤편에서 <괴담의 집>을 꺼낸다.
차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이른 괴기 소설은 좀 줄여야 하나' 하고. 사서의 표정이 묘하게 싸했기 때문.
최근 몇 달 동안 차영은 '호러 소설'에 푹 빠져있다. 호러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괴이'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주는 공포가 아닌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주는 공포 말이다.
그런 괴이 소설이 왜 끌리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보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지면서도 쾌감이 있다. 공포에서 벗어난 순간의 쾌락을 즐기는 걸까?
그런 생각을 뒤로하고 탁자에 앉아 책을 폈다. 이번에도 실화처럼 쓴 소설이다. 요컨대 작가가 책 속에 등장해 직접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것.
책의 서두에 적혀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 나온 지명들은 실제 지명과는 아무 상관없으며 이름도 모두 가명입니다."
'소설인데 당연히 허구겠지'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이것 또한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이런 장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는 작가다.
차영이 자리에 앉은 지 2시간이 흘렀다. 페이지는 200p를 넘어가고 있다. 제목처럼 집과 관련된 괴담이 계속된다.
집에서 사라진 아이. 산속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집. 사람들이 기괴한 형태로 죽어버린 집. 있을 리가 없는 방이 있는 집.
그리고 각 이야기 속에 퍼져있는 희미한 조각들. 그리고 그 퍼즐이 맞춰지자 보이는 서늘한 진실.
그리고 손이 툭 튀어나온다. 손?
멀리서 사서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다. 차영은 얼굴이 빨개졌고, 남편 심희는 멀찍이 도망갔다.
사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도서관에선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차영은 이제 나이가 서른이다. 그걸 왜 모르겠는가. 다망 차영은 "죄송합니다"라고 속삭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