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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Aug 17. 2024

‘도파민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발버둥

내가 나온 사진 중 좋아하는 사진


베이스 기타를 잡고 연주하는 척하는 제 모습입니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악기 연주를 해보는 게 어떨까 했고, 얼마 전에 홍대 악기점에 갔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기타와 얽혔던 얘기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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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처음 잡아본 건 중학교 때입니다. 기타를 배웠는데 3개월 동안 매일 4시간씩 정말 열심히 쳤습니다. 엉터리 선생님을 만나 실력은 별로 안 늘었지만, 한동안은 즐거웠죠.


묵직한 나무 바디를 안고,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연주한다 감각은 ‘음악 감상’ 같은 수동적인 취미가 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끈기가 없는 사람입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빨리 그만뒀죠. 17살, 기숙사가 있는 타지 고등학교로 떠났을 때는 저는 바로 기타를 그만뒀습니다.


다행이라면 거기도 기타는 있었습니다. 옆방에도 기타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었고, 저는 간간히 빌려서 노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선 친구에게 빌려서 음악 생활을 이어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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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직장인이 되고 반년쯤 지나 기타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처음엔 국산 브랜드의 보급형 모델이었죠. 그리고 앰프와 각종 액세서리까지 마련했죠.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습니다.


술 마시는 걸 싫어하다 보니 주머니가 나름 여유로웠고 취미생활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기타와 앰프, 케이블 등 가짓수와 등급이 점차 올라갔고, 나중에는 불났을 때 반드시 들고 나가야 할 정도까지 비싸졌죠.


좋은 장비를 사면 비루한 손가락을 가려줄 거라 생각했나 봐요. 직장인이 장비병에 걸리는 과정이었을까요?


연습은 잘 안 하면서 비싼 장비에 멋지게 연주하는 영상만 보니 이상만 커졌습니다. 기타를 치는 중간중간 학원에 다니기도 했던 것 같은데 실력은 잘 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지 싶네요. 아름다운 연주가 1이라면 나머지 99는 지루한 연습이니까요. 해서 악기 연주의 본질은 ‘연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저는 이상과 현실의 갭을 줄일 능력도 여유도 없었고, 결국 27살 때 거의 손대지 않던 장비들을 형에게 처분하며 기타 라이프를 청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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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타를 꿈꾸기 시작한 건 최근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를 이끌어줬거든요. 처음에는 맛만 조금 보자 생각했지만 어느새 푹 빠졌고, 실물을 보기 위해 홍대까지 갔습니다.


알록달록하고 나무 무늬가 멋진 기타들이 즐비했습니다. 직원들은 죽은 동태눈을 하고 있었지만, 매장 안에 걸려있는 기타들은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제가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건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고 알았습니다. 손은 이미 다 굳어있어서 이렇다 할 연주도 할 수 없었고, 소리도 지저분하게 났었거든요. 즐거웠다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언제 지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다시 기타를 손에 쥔다고 하면 이번엔 기타를 배워가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물론 기타 치는 영상만 보다가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엔 조금 제대로 쳐보고 싶은 생각이네요. 도파민 중독도 그러다 보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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