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댁 고양이 Aug 24. 2024

베짱이를 꿈꾸고 있습니다.

계획(방향성, 목표)



최근 기타를 다시 치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베이스입니다. 중년의 아저씨가 방구석에서 기타를 멋지게 치는 영상을 봤는데 저도 치고 싶어졌습니다.


기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중학생 때부터 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했고, 장비병이 심해 악기도 이것저것 만져봤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기타를 만지지 않았습니다. 5년은 됐을 겁니다.


뽐뿌(싸고 좋은 물건을 보고 구매욕이 불타오른다는 의미)가 올라온 후 일렉기타를 찾아봤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좋은 악기가 더 많아졌습니다.


해서 가성비 끝판왕으로 칭송받는 작은 사이즈의 입문용 기타를 발견했습니다. 가격은 40만원이라 허리띠를 졸라매면 모아둔 용돈 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를 물건을 결정한 후엔 집사에게 미리 선전포고했습니다. 앞으로 기타를 치겠다고 말이죠.


집사는 그런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기타 말고 베이스를 쳐보는 게 어때요?” 기타는 6줄, 베이스는 4줄입니다. 기타보다는 베이스 소리가 더 좋고, 연습 시간도 많이 안 잡아먹을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생각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입니다. 총각 때처럼 하루 종일 기타만 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집사와는 매일 1시간 정도만 치는 걸로 협상을 봤습니다. 집사는 혜안이 있어 뭐 하나에 꽂히면 정신 못 차리는 저를 간파하고 있습니다.


협상을 마치고 인터넷에서 일주일을 헤맨 후 적당한 가격의 입문용 베이스를 마련했습니다. 검은색의 매끈한 모델입니다. 첫 악기로는 예쁜 악기를 추천합니다. 소리를 구분하는 건 5년은 이릅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게 요즘엔 앰프가 없어도 노트북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층간소음도 헤드폰으로 해결할 수 있죠. 또 베이스는 조용해서 아무리 열심히 쳐도 옆에서 공부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입니다.


집사는 제가 베이스를 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합니다. 이제 손가락 트레이닝을 시작해 제대로 된 연주는 어렵지만 즐거워 보인답니다.


집사는 얘기했습니다. “언젠가 베짱이가 되게 해주겠다”고 말이죠. 또 돈 많이 벌어서 악기도 바꿔준다고 했습니다.


저도 언젠가 베짱이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돈이 많아야 합니다. 해서 저는 집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도울 생각입니다.


먼저는 집사가 공부하는 동안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청소기도 돌려야겠습니다. 베짱이 라이프를 꿈꾸며.


-


-


-


글을 쓰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계획을 짜고 그 안에 나를 억지로 꾸겨 넣기보다는 적당히 지내는 게 나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방향성이 생기지 않을까.


워낙에 충동적인 성격이라 계획을 짜는 게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집사가 저와 한배를 탔으니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합니다. 방향성은 집사가 잡겠죠. 저는 노나 저어야겠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도파민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발버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