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정도까지니까

이슬아의 책(23)

by 장수댁 고양이

요즘 이슬아의 책을 읽고 있다. 글쓰기 선생님이 필요했다. 선생님을 직접 고용할 여유는 없기에 책을 읽는 걸로, 그것도 사는 게 아니라 빌려 읽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집에 어디 둘 데도 없다.


그렇게 고른 책이 <아무튼, 노래>다. 이슬아는 책에 ‘노래가 나를 사랑할 때까지 나는 노래를 짝사랑할 것’이라고 썼다. 짝사랑 편지라고나 할까.


거실 바닥에 누워 책장을 넘겼다. 보일러가 돌지 않기에 서늘하다. 찬 기운을 음미하며 한 페이지씩 넘겨 간다. ‘팔리는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가’ 따위의 얄팍한 생각을 갖고.


8p에서 멈췄다. 별로 읽지도 않았다.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슬아는 말했다.


작가들은 글에 대한 글을 토할 정도로 많이 쓴다. 심보선이 말하길 시란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랬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이란 한 네다섯 번째로 탁월한 내가 첫 번째로 탁월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다.


얄팍한 속셈이 보였다. 근근이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을 하는 여유로움이 보였다. 적당히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보였다. 누가 지적했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게 나를 멈춰 세웠다.


‘가닿았다’. 관심이나 시선, 생각 따위가 어떤 대상에 이르러 미쳤다는 뜻이다.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몰랐던 내게 이슬아의 글은 가닿았다.


다만 문제를 아는 것과 푸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얄팍하고 적당히 적당히로 30여 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뿅하지도 않으리라.


다시 글을 쓴다. 내려놓고 싶지만 100일까지만 써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정도까지니까.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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