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는 거 아무나 쉽게는 못하겠지

엄마가 창고에서 요가책을 찾아냈다.(22)

by 장수댁 고양이

얼마 전 엄마에게 요가 교본을 찾아달라고 했다. 엄마는 버렸다고 했지만 나는 엄마를 잘 안다.


엄마는 물건을 잘 못 버린다. 잔정이 많아 사람들도 못 버리고 거절도 못 한다. 기다리라고 하면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리는 진돗개 같다고나 할까. 본가 마당에서 키우는 흰둥이보다 엄마가 충신에 가까우리라.


한 번은 그랬다. 친구 아주머니가 짬처리를 하는 부탁을 거절 못 해 앓아누웠다. 요약하자면 ‘너네 아들 (새) 자전거가 크니까 우리 아들 (헌) 자전거와 바꾸자’고 했단다. 당시 나는 몰랐고, 아빠는 그런 친구를 왜 만나냐며 뭐라고 했지만, 엄마는 20년이 넘도록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엄마와 아주머니는 서로의 형편을 뻔히 안다. 남편을 막 서로 욕해도 그러려니 하고 여행도 같이 다닌다. 그 아주머니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을지라도 엄마의 평생 친구가 되기엔 충분해 보인다. 지금 보니 그렇다.


아빠와 지금까지 잘 지내는 것도 일반적이진 않다. 아빠는 보통의 남편들과는 달랐다. 술을 마시거나 사고를 치진 않았지만, 만성 무기력증이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잦은 무단결근이 있다는 것 정도.


다만 그런 소소한 흠은 엄마가 아빠를 끼고 사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가끔 “사기결혼 당했다”며 엄마를 놀리지만, 엄마는 “시끄러”라며 얼버무린다.


일류 대기업에 다니다가 결혼 후 주유소를 다니게 된, 명문대를 나와 배운 기술을 애들 컴퓨터 조립하는 데만 쓰는, 그럼에도 군소리 없이 수십 년을 그렇게 사는 사람. 엄마는 어린 내게 자주 말했다. “대학 잘 나와도 하등 소용없다”고.


엄마가 가족 대화방에 사진을 올렸다. 요가 서적이 가득 든 상자. 창고를 뒤져보니 나왔단다. 그럴 줄 알았다. 곧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엄마를 보며 가끔 느낀다.


한결같다는 거 아무나 쉽게는 못하겠지.


이번 생엔 틀린 것 같다.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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