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작가다

매일 글쓰기 30일차(30)

by 장수댁 고양이

매일 아침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고 글을 쓴다. 글을 다 쓰면 빨래를 널고 50분짜리 아쉬탕가 요가를 한다. 그리곤 청소기를 돌리고 점심을 차려 먹는다. 식후에는 동네 도서관까지 왕복 30분 산책을. 그럼 1~2시쯤 되는데 낮잠을 자고 책을 읽다가 저녁을 차린다. 이 생활이 30일째다.


루틴(Routine). 누구나 있는 매일 하는 그거 말이다. 군 생활은 루틴 그 자체였고, 기자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질려 때려 치우게 만드는 것도 루틴의 하나였을까.


‘루틴이 생겼다’고 자각한 건 얼마 전 아침에 글을 쓰면서다. 전날 치킨에 맥주를 들이켰고 세상이 멸망하길 바랐는데 아침에 눈을 떠 바라본 세상은 새삼 평화로웠다. 머리가 아픈 것도 같고 글을 쓰기 싫은 것도 같고 ‘아몰랑 싫어싫어’라고 누가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보다 2시간 늦었지만 글이 나왔고 요가까지 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렇게 글을 썼다. 그리고 30일이 됐다.


신기한 게 있다면 루틴이 있어도 쓸데없는 생각은 계속 한다는 점이다. 백수와 작가는 무엇이 다른가 고민하게 된다. 아니, 글을 쓰는 백수와 작가를 구별할 수 있는가가 더 올바른 질문이겠다. 아니, 나는 작가인가 백수인가 혹은 둘 다인가. 혼란스럽다. 집사는 100일 동안 글을 쓰라고 했을 뿐이고, 나는 집사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백수와 작가 그 어딘가를 걸으며 글을 쓰면서도 고민한다. 이래도 괜찮은가. 아니, 이러지 않으면 뭐하려고. 지금이 아니면 이런 한량 생활은 못하리란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기회를 줄 때 잡아라. 남편의 권위는 어차피 없었으니까.


머리로는 잘 알겠지만 여전히 뒤돌아보게 된다. 쭈뼛쭈뼛.


뒤돌아봐서 좋은 게 있다면 글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인다는 점. 1편과 29편을 비교해보니 군더더기가 줄었다. 매일 썼기 때문일까. 확신할 순 없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퇴근하고 차려준 밥을 먹으며 집사는 말한다.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일단 100일은 쓰라고. 집사는 늘 한결 같다. 고민도 잘 안 한다. 힘들면 울고 털어버린다. 좀 많이 울긴 하지만 익숙해졌다.


난 집사 말을 잘 듣는다. 집사가 그랬다. 나는 작가라고. 그래 나는 작가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쓴다.


가끔 생각한다. 집사가 작가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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