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매일 글쓰기 40일 차(40)

by 장수댁 고양이

아침에 일어나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 끓는 물을 찬물과 섞어 만든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고민한다. 일어나는 시간대는 다르지만 신경숙 작가도 <요가 다녀왔습니다>에서 비슷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꼬리가 살랑거리는 기분이다. 이제 그 생활이 40일 됐다.


글이 쓰기 싫어 세상이 멸망하기를 바랐던 게 3일 정도 있었고, 작가 뽕이 차올라 신나서 피자를 시켰던 게 5일 정도.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2회차를 끝냈고 2명을 모았다. 요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해 어제 무리가 왔다. 몸무게는 전혀 줄지 않았다. 적당히 둥근 복근과 애매하게 발달한 대흉근, 광배근이 인상적인 87kg이다. 인센스는 샌달우드 향 한 상자를 사서 거의 다 피웠다. 인센스를 싫어하던 집사도 이제 코가 마비됐다. 소소하다.


다시 자판에 손을 얹는다.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기도, 마른 흙에 물을 주기도 하면서 빈 화면을 최대한 회피한다. 빈 화면은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좀처럼 마주하기 어렵다. 어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면 유독 더 그렇다. 인센스 스틱이 타들어 가며 자유롭게 날아가는 연기를 내뿜는 광경을 보면서도 느낀다. 이제 거의 다 날아갔구나.


창문을 닫고 남은 재를 비운다. 방안을 가득 채운 잔향을 느끼며.


애초에 어떤 글을 쓰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100일간 글을 쓰는 게 목표였으니. 쉬는 날도 없이 그저 매일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처가댁에 가서도 글을 썼고, 집사가 치르는 큰 행사에 며칠 팔려 나갔을 때도 글을 썼다. 몇 번은 쉬겠다고 썼고, 그런 마음으로 자판에 손을 얹었는데 잘 써지면 서둘러 마감했다. 무엇을 위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는 달리라는 말에 인생을 한없이 달렸다. 그러다 그는 어느 순간 멈췄고 사람들은 ‘왜 멈추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말한다. “집에 가야겠다”고.


글을 쓰다 막힐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집사가 보고 싶다. 가끔은 세탁기에 마스크를 넣거나 싱크대를 기름 바다로 만들고, 글에는 별로 관심도 없지만.


괜찮지 않을까?


집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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