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오십니다. 형도 서울에 있어 같이 식사하거나, 형이 잘 살아있나 확인 후, 저와 집사에게 밥을 사주십니다.
식사 자리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요즘 어머니가 뭐하고 다니시는지, 친구들과 어디 여행 다녀오셨는지, 아버지가 족구 클럽을 열심히 다니시는지 등입니다. 저희 부부는 자녀가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기 때문에 출산 얘기는 나누지 않습니다. 신혼 초에 몇 번 물으셨지만 제가 선을 그었습니다. 남편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결혼을 하면서 몇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결심하면 거창하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마음먹은 부분입니다. 출산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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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가끔 처가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저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집사가 말하지 않는 한 제가 말을 꺼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집사도 처가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화제(話題)를 돌립니다.
아버지는 제가 결혼한 뒤로 서울에 오면 늘 형집에 묵으십니다. 하지만 형집에 형 여자친구가 같이 살게 되면서 애매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물으셨습니다. “가끔 서울에 오면 너네 집에서 묵어도 되겠냐?” 저는 “그럼요”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일 년에 10번에서 12번 정도 갈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럼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깨끗하게 포기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집사는 요즘 어떠니”라고 물으십니다. 저는 “잘 있어요”내지는 “평소랑 똑같아요”라고 합니다. 집사가 뭘 샀거나, 뭘 했거나, 어떤 고민이 있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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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최근 집에 놀러 오셨습니다. 어머니와 집사가 서로 대화하는데 긴장이나 어색함은 전혀 없습니다. 조금 드라이하다고 할 순 있습니다. 어머니는 집사를 잘 모르고, 집사도 어머니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서로 조심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 예의를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가족입니다. 일반적인 가족이 아닙니다.”
효(孝)도 결혼을 결심하면서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부모님을 공경해야 하지만, 염두 해야 할 부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만약 집사와 내 생각이 다를 경우입니다. 저는 철저히 집사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는 엄청난 효자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수시로 저희 집에 오셨고, 아버지는 손주들을 보여주시기 위해 할아버지 댁이 있는 서울로 날마다 갔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아버지가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죠.
저는 그러진 않으려고 합니다. 남편이 선을 잘 그으면 며느리가 날개를 펼겁니다. 제가 봐온 바로는 집사와 시어머니는 잘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