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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Nov 16. 2023

“해도 되고 안 해도 돼”는 대체 무슨 말입니까?

브런치에 7번 떨어졌고 8번 만에 통과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왔습니다. 7번 떨어졌고 8번째 붙었습니다.


처음 탈락했을 때는 메일을 지웠습니다. 아무도 볼 수 없게 말이죠. 4번쯤 반복하니 지우기 귀찮아졌고, 남겨 뒀습니다.


지원서를 계속 넣었고 8번 만에 합격 메일이 왔습니다. 이제 브런치 작가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달라진 건 없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통과하는 방법이나 요령이 아닙니다. 그런 건 제 글과는 맞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브런치를 통과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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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에 도전하는 사람은 글쓰기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굳이 평가까지 받아 가며 내 글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부류 말입니다. 적어도 전 그런 사람입니다.


그간 작법서를 읽었고, 좋은 글귀를 필사했습니다.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비문을 고쳤고, 글쓰기 모임에서 합평도 했습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올해 신춘문예에 제출할 단편소설도 한 편 썼죠.


그래서 떨어졌을 때 충격이 더 컸습니다. 메일을 복구도 못하게 지운다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브런치를 찾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 말입니다.


‘왜 떨어져야만 했는가.’ 머릿속에서 그 물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는 사람은 없지만 물음은 계속됐습니다.


3번쯤 떨어졌을 때는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취급까지 받겠습니까? 그냥 안 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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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제게 말했습니다. “그런 거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말이죠. 처음에는 하지 말란 말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당신은 이 말의 뜻을 알고 계시나요?


당신에게 이 말을 해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표현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관심이 없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논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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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사실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의미를 풀면 ‘마음이 가는 데로 하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상황이나 눈치 보지 말고 마음이 하는 말을 들으라는 겁니다. 돈, 체면, 수고, 성공, 실패, 나이 신경 쓰지 말고 말이죠.


당신은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귀 기울여본 기억이 있습니까? 혹은 다른 이에게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을 해본 적 있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은 하기 쉬운 말이 아닙니다. 상대 외 다른 건 중요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다만 그 어려운 말을 매일 제 글을 검토하는 집사가 해줬습니다.


저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고 8번 도전해서 브런치에 붙었습니다. 브런치가 제 글을 증명해 주진 않지만 적어도 집사가 믿어준다는 건 확실합니다.


글을 쓰다가 떼려치고 싶은 순간이 또 올 겁니다. 글을 계속 쓸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집사는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해도 괜찮아요”라고 할 겁니다. 제가 쓴 글을 계속 읽어주면서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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