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중독인 미니멀리스트가 물건을 '리뷰' 하는 이유

by 장수댁 고양이

심희가 미니멀리스트인 차영에게 묻는다. "그렇게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리뷰하는 이유가 뭐야?"


차영은 3분쯤 고민하고 얘기한다. "글쎄,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그런가 봐. 미니멀리스트가 쓴 책이었는데, 신선했거든."


심희는 묻는다. "어떤 게?"


차영은 다시 고민한다. 그리고 리뷰를 쓰던 노트북 화면을 보며 얘기한다. "30 평생을 살면서 물건을 리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 특히 나는 신기한 물건 사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은 남는 게 없어. 내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됐을 텐데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아. 그게 좀 서글프기도 하고 그래."


심희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그간 이상한 물건을 많이 사긴 했어. 하지만 지금 안 쓰는 걸 보면 별로 필요 없었던 게 아닐까?


차영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은 없네.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 필요한 물건이었다면 아마 지금도 쓰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


심희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 뭐가 더 필요한가?"


차영은 뜸을 들이다 이내 다시 말한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내 취향인 물건들로 가득하잖아? 누가 봐도 내 취향일 거야. 그동안 고심하면서 남길 물건을 정했으니까."


"하지만 현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잖아? 나는 오늘만 있었던 게 아니고 과거에서 왔으니까. 과거를 기록하지 않아도 사는 데 전혀 문제없겠지만,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기록하고 싶어. 지금의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남기고 싶은 거지."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만약 지금의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똑같은 취향, 똑같은 사고방식, 똑같은 외모를 가진 거지. 가진 것도 똑같고 말이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비슷한 경우는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난 사람들이 취향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서로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거지. 정말 똑같지 않아도 구분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거야."


"문제는 그다음이야. 나와 세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됐다는 걸 '인식하면' 현재를 고치려고 할 거거든. '개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렇게 개성을 찾으면 그동안 비슷했던 게 정말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개성이라는 게 외형을 바꾸거나 했다고 달라지는 걸까?"


"애매하다고 생각해. 비슷하다고 느낀 시점에서 이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으니. 뿔이 하나인 코뿔소도 코뿔소고, 뿔이 두 개인 코뿔소도 코뿔소잖아?"


"그때 중요한 게 과거가 아닐까 싶어. 똑같은 선은 2번 그릴 수 없데. 똑같다는 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거지. 그리고 그 원인은 과거에 있다고 해. 완벽히 똑같은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심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차영은 남자친구인 심희가 답답하지만 모르겠다는 걸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다시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보기에는 똑같아 보여도 걸어온 길이 다르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를 기록하는 게 리뷰가 되는 거고.

심희는 이제 이해가 된 듯 얘기한다. "그럼 일기를 쓰는 것도 쓰는 것 자체보다는 내가 걸어온 길을 기록하고, 나를 나답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야?"


차영은 흐뭇하게 웃는다. "그렇지, 우리 심희 이제야 좀 알아듣는구나. 일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어. 자서전이나 에세이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지. 물건을 사고 쓰는 리뷰도 다르지 않아"


"리뷰를 너무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나도 거부감이 심했는데, 따지고 보니 리뷰를 쓰는 것도 나고, 내가 쓴 글이라면 내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리뷰도 좋은 기록이 될 수 있는 거지. 좋아하는 물건을 사면서 리뷰도 쓰면 더더욱 그렇고."




심희가 차영의 설교에 조금 지친듯하다. "그래그래. 알았어. 미안 일하는 데 방해해서. 리뷰 파이팅이야. 항상 너한테 많이 배운다."


차영이는 칭찬에 신이 났다. "그렇지?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싶다. 복받았네요, 소심희씨."


심희는 '또 자기자랑이냐'는 표정을 짓고, 커피를 내리러 간다. 새로 내리기는 귀찮으니 동서식품의 스테디셀러로 정했다.


심희가 속으로 생각한다. '커피는 연아의 커피가 괜찮다. 드립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 맛은 못 따라가지. 리뷰나 한번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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