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글쓰기 모임
차영이 침대에 누워 당근마켓을 뒤지고 있다. 글쓰기 모임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령회원들을 2차례 정도 걸러내니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모임 추천 순위가 모임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순위가 떨어지면 좀 그렇다.
추천 모임 상단에는 늘 ‘친구 찾기 모임’이 있다. 나이대별로 동네별로 다양하다. 차영이 하는 글쓰기 모임도 결국 ‘글쓰기 친구’를 찾는 모임이니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남자친구인 심희가 당근마켓을 뒤지고 있던 차영을 발견했다. “뭐해?”
차영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내려둔다. “그냥, 당근 뒤져보고 있었어. 무슨 모임이 있나 구경하려고. 물건 사려는 거 아냐.”
심희는 물건 사는 게 아니라는 말에 안도한다. “그래. 자기 원래 팔기만 하고 잘 안 사잖아. 하하. 근데 모임은 왜?”
차영은 바로 앉아 심희를 쳐다본다. “글쓰기 모임 순위가 너무 떨어진 것 같아. 유령회원이라고 너무 쳐낸 게 문제였을까?”
심희는 이런 얘기가 벌써 5번째다. “아니야. 2달 넘게 눈팅만 하던 사람들인데, 방에 있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잘 한 거야.”
“어차피 둬도 모임에 안 나올 가능성이 크고, 글을 써서 나올 것 같지도 않아.”
심희는 차영에게 말한다. 글쓰기 모임은 숙제가 있어 허들이 높다고.
차영이 심희에게 ‘잘했다’는 대답을 들은 것도 5번째다. “그렇긴 한데, 순위가 많이 떨어져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마는 신경 쓰이네.”
“‘친구 찾아요’ 모임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우리 모임은 왜 사람이 별로 없을까? 무언가 빼먹은 게 있는 걸까?”
심희가 뜸을 들인다. 몇 번째 하는 같은 얘기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러니까 말이지. 친구를 찾는 모임은 순수하게 친구를 찾는 모임이잖아? 모임에 나가서 나를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나가기만 하면 큰 무리 없이 모임을 즐길 수 있을 거야.”
“반면 글쓰기 모임은 일단 글을 써와야 하고, 써온 글을 읽어야 하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잖아? 그것부터 허들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거지.”
“허들이 높으니 아무나 오기 어려운 거고, 친구 찾는 모임처럼 사람이 빨리 늘기도 어려운 거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글쓰기 모임은 분명한 장점이 있어. 일단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대화하는 것부터가 다르잖아. 관심사가 같으니까. 그리고 글을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좀 더 깊은 대화도 가능하고.”
차영이 심희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럴 때는 참 말을 잘하는 그이다.
심희는 차영이 지루해하지 않자 말을 계속하기로 한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 반응이 괜찮은 걸로 봐선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
“우리 모임은 사람이 너무 늘어나도 문제야. 써온 글을 읽고 감상까지 나눠야 하는데 열 명, 스무 명씩 사람을 받으면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누고 집에 갈 테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차라리 지금이 낫지 않을까?”
“또 사람이 많아지면 할 장소도 마땅치 않잖아. 지금도 8명 오면 카페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그 이상 오면 어떻게 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마주한 차영이 차분해졌다. “그러네. 사람이 늘어나도 문제구나. 어차피 장소가 없으니까. 자기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심희의 어깨가 2배로 올라간다. “이제 알았어? 이제 밥이나 먹자. ”
차영은 이미 저녁 메뉴를 정해뒀다. 심희가 ‘당근마켓 뒤지는 걸 하지 마라’했으니 마라샹궈다.
심희도 차영도 맵찔이니 1단계면 충분할 테다. 외출 준비를 하는 두 커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