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생기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

by 장수댁 고양이

미니멀리스트인 차영에게 유튜브는 거의 일상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자취남' 채널을 즐겨 보고 있다. 9평 원룸부터 30평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라이프스타일도 취향도.


차영은 남자친구인 심희와 자취를 하고 있다. 아니, 남자친구였던 심희다. 이젠 남편이니까.


이제 결혼한 지 3년째다. 어수선했던 20평 빌라 신혼집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어느 날 친구들을 초대해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자취 채널에 빠져있는 차영을 보고 심희가 묻는다. "재미있어? 요즘 그거 많이 보네?"


차영이 영상을 멈췄다. "막 엄청 재밌거나 그러진 않는데 빠져드는 요소가 있는 것 같아. 아, 그게 재밌는 건가?"


"우리 집 말이야. 짐이 별로 없잖아? 미니멀라이프 한다고 많이 줄인 것도 있고, 자기가 거부감이 없어 따라주기도 해서 마음에 들거든. 지금 상태가. 음...."


심희는 가벼운 질문에도 늘 진지하게 고민하는 차영이 귀엽다. "응, 그렇지. 덕분에 나도 좀 홀가분해졌어. 옷 입는 스타일도 많이 바뀌고. 그런데 왜?"


차영은 뜸을 들이다 이내 말을 이어간다.


"뭐랄까. 이미 비워진 상태에선 '더 나은 상태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영상을 보니까 무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넓은 공간이 생긴다는 1차적인 목표는 달성한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하달까? 좀 더 내실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는 것 같고. 음... 그게 맞는 것 같아."


심희가 테이블 위에 둔 머그컵을 들었다. 심희와 차영의 사이로 방금 내린 둥굴레차 내음이 구수하게 퍼진다.




심희는 차영과 눈을 마주친다. 그리곤 대화를 좀 더 이어가기로 한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 차영에게는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심희는 차영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기로 했다.


"그래? 음... 그렇구나. 확실히, 자기를 보면 조금은 1차원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분명히 좀 더 나아질 방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격하게 반응하는 차영. "그렇지? 그런 것 같았다니까."


30초쯤 뜸을 들였을까. 차영이 다시 입을 연다. "영상을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왜 나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하고 말이야. "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본다고 내가 생활 방식을 금방 바꾸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미니멀라이프 처음할 때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더 버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멀쩡한 걸 바꾸기도 뭐해서 조금 애매한 것 같아."


"그래도 보다 보면 가끔은 괜찮은 물건이 나오기도 해서 상관없나 싶기도 한데, 그런 건 정말 가끔 나오거든. 영상을 10개 보면 1개나 나오려나?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심희는 차영이 최근에 무엇을 들였나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옷걸이를 통일하면 옷장이 매력적으로 변한다'면서 옷걸이를 싹 바꾸긴 했다. '그게 그래서였구나.'


심희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래도 난 자기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나처럼 적당히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처럼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자기가 나처럼 적당히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면 우린 정말 재미없게 지냈을 거야. 가끔은 과할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냥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거지. 그냥 궁금한 거야. 순수하게. 다른 말로는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이 생겼고, 관심을 영상을 찾아보는 식으로 표현하는 거야. 미니멀라이프는 뚜렷한 대상이 없으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걸 찾아보는 건 시간 낭비도 아니고 특이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더 깊어질수록 장/단점이 보일 거야. 그리고 자기는 그때 또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겠지."


"나는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해."


차영이 심희를 본다. 어느 순간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긴 게 괜히 분하다. 하지만 그는 늘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한다.




차영이 차분하게 심희의 컵을 가져간다. 심희가 차영에게 눈치를 준다. 분명 아까는 안 마신다고 그랬기에. 하지만 차영은 둥굴레차가 구수하기만 하다.


심희 말을 이어간다. "자기가 다른 무언가를 좋아하게 됐더라도, 그 무언가에 대해 많이 찾아봤을 거야.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것에도 그럴 수밖에. 그리고 난 그런 점까지 좋아해."


"영상을 보는 게 너무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괜찮고, 조금만 더 찾아야 할 것 같으면 더 찾아보면 그만이지 않을까?"


심희가 말을 마치고 뿌듯한 듯 차영을 쳐다본다.


차영이 심희를 쳐다본다. "자기도 말하는 게 날 닮아가는구나. 아주 청산유수(靑山流水)네."


-


차영이 다시 자취남을 보기로 정했나 보다. 심희는 차영이 그리 쉽게 바뀌진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영상에 푹 빠진 차영을 뒤로한 심희. 컵이 어느새 가벼워졌다.


하지만 괜찮다. 둥굴레차 정도는 얼마든지 다시 내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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