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지문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빙빙 돌며 퍼져나가는 형태죠. 세모나거나 네모난 지문은 없습니다. 만약 지문이 네모나다면 당신은 아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겁니다.
생긴 게 다 비슷한데 경찰은 신원을 조회할 때 지문을 사용합니다. 당신도 물론 그 이유를 알고 있겠죠. ‘자세히 보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저도 당신도 1km 멀리서 지켜보면 엇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거리가 500m, 300m, 100m. 그리고 10m까지 줄어들면 서로 다른 사람이란 걸 알 겁니다.
다만 10m까지 왔어도 아는 건 ‘다르다는 사실’ 뿐이죠. 뭐가 다른지 대강 밖에 얘기할 수 없는 그런 수준 말입니다. 만약 눈썰미가 좋다고 해도 한 두 마디 더 하는 정도죠.
그리곤 당신은 곧 잊을 겁니다. 제가 파란 쫄쫄이 위에 빨간 팬티를 입고 입지 않는 한 말입니다. ‘아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
중요한 건 ‘무슨 의미가 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당신도 10m 앞에 친구가 있다면 이를 알아보고 봤는지 기억도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친구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었는지 떠올려본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누군가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하라고 하겠습니까? 친구 따윈 필요 없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아무튼.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대화가 꽤나 재밌었다면 아주 기본적인 조건은 해결된 셈입니다.
-
오늘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이었습니다. 뭔가 멋스럽게 썼지만 요점은 ‘자기소개서’를 쓰라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모두가 모임장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글을 써왔지만요.
사실 모임에서 모임장의 의도는 아주 하잘 것 없는 거라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허허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오늘 모임에선 “이런 말 잘 안 하는데요”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는 겁니다. 이 말은 솔직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쓰는 말이죠. 처음 오신 분이 이런 말을 하면 사실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요.
요점은 글쓰기 모임에선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멀리서 보면 그냥 그렇지만 와보시면 아마 뭐가 다른지 조금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글은 써오셔야 하고요.
출제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마음을 열어도 될 정도로 유쾌한 모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