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나는, 임신하고 출산하며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수많은 밤마다 울면서 기도했다. 그러나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알지 못했다.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일인지. 엄마가 된 후, 아이가 울면 나도 같이 울었다. 배운 적도 없고, 공부한 적도 없어서 엄마가 되는 법을 알지 못한 채 엄마가 되었기에 그렇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독점 육아의 시간 동안, '나'라는 존재는 없었다. 단지 '엄마'만 있을 뿐이었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돌보고 재우는 일을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났다. 아이가 내 세상의 전부였다. '엄마' 노릇 하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다.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우울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나를 위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엄마의 시간만 흘러갔다.
"김치는 냉장고에 넣고, 국은 바로 데워 놓아라. 도착하자마자 전화하고."
"엄마. 내 나이 마흔이 넘었소. 내가 알아서 다 해."
"머리가 하얗게 쇠 봐라. 그래도 너는 내 자식이다."
친정집에 다녀오는 날이면 엄마의 잔소리가 내 꼬리를 따라온다.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어린이는 어린이여서, 청소년은 청소년이어서, 성인은 성인이어서 엄마에겐 자식이 아이로 보인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자식에게 해 줄 말이 많다.
'언제쯤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만 키우다 '나'라는 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라고 고민하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이에게 엄마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다. 아이에게 손이 덜 갈 때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마음을 들여야 봐야 한다.
한 번 엄마가 된 이상, 죽을 때까지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 육아는 인생에서 가장 긴 장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엄마가 엄마로만 살아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엄마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면 아이가 내는 목소리를 듣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잠깐의 여유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아이와 나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책을 읽는 게 가장 좋다. 책 읽을 시간을 도저히 내지 못한다면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점점 편협해지는 생각과 고정된 육아법을 개선하고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보는 것이다. 육아하며 힘든 점, 공부하며 느낀 점, 내 삶에 적용할 점 등을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생각이 명료해지며, 복잡한 감정이 사라진다. 그날그날 느끼는 감정을 일기로 작성해 봐도 좋겠다.
나는 엄마이지만, 엄마가 나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내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야, 내 아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아이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먼저 내 삶을 만족하며 멋지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본보기가 된다. 위 세 가지를 실천한다면 엄마 사람으로 살아가며, 인생에서 가장 긴 장기 프로젝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