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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Nov 30. 2023

엄마 인생의 주도권은 엄마에게 있다.



엄마 인생의 주도권은 엄마에게 있다.


 래몽이를 임신한 나는 열 달 동안 침대에 누워서 생활했다. 밥 먹을 때, 입덧으로 토할 때,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침대와 한 몸으로 지냈다. 외출을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딱 한 번,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가는 날 뿐이었고, 진료를 마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불안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열 달을 보낸 후, 출산 예정일에 딱 맞춰 태어난 래몽이를 품에 안았다. 나는 일주일의 조리원 생활을 마친 후, 산후조리를 하러 친정집에 갔다. 엄마는 한 달 동안 함께 있으며 몸조리를 도와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이상한 행동을 하셨다. 평소의 온화한 성품은 온데간데없고, 충동적이고 난폭하게 변하셨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갑자기 높아진 뇌압으로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했다. 약물 치료가 가능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영원히 고칠 수 없는 치매 초기 증상이었다.


 엄마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빠는 바로 입원하셨다. 그리고 정신과 약을 드시기 시작했다. 아빠는 다른 치매 환자에 비하면 젊은 나이였다. 엄마는 충격을 받아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셨다.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고, 대문을 걸어 잠근 후 칩거 생활을 하셨다. 나에게는 몸조리를 도와주지 못할 것 같다고 했고,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셨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가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한 채,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품에 안은 고요한 시간은 나를 외로움에 빠지게 했다.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신랑은 저녁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하러 나갔다. 아기를 독점한 육안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타지로 이사 온 지 4개월 만에 임신한 터라 나는 주위에 아는 사람이 없었고, 시댁에서는 도와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 부담감이 컸다. 늦깎이 초보 엄마였던 나는 도움의 손길을 받을 만한 곳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인터넷 정보에 의지하며 아이를 돌봐야 했다.


 외로움, 불안, 두려움, 상실감에 힘든 날들이 이어졌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우울한 마음이 눈물을 불러왔다.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에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초보 엄마의 보살핌이 불편한 아기는 밤낮없이 매일 울었고, 엄마는 흐르는 눈물의 이유도 모른 채같이 울었다.





 이사 오기 전까지 활발한 사회생활을 했던 나는 겉으로 보기에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실제로는 밖에서 긍정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집에 들어와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혼자서 충전하는 내향적인 성향이 짙은 사람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겉으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육아를 잘하고 있으니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아픈 내 마음을 알지 못했고,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아무도 내 입장을 생각하거나 배려해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에게도 내 마음 상태를 말하지 않은 내 잘못이 크다.





 육아는 엄마가 해내야 하는 인생 숙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가 나를 잃어버린 채 엄마의 삶을 견뎌냈고, 또 견뎌내는 중이다. 그 상황이 참 안타깝다. 엄마의 삶에 '나'라는 존재는 없고, 아이만 바라보는 '엄마'만 있으니 가정이 요동친다. 엄마는 매일 혼자서 고강도 육체노동과 감정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내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에는 알아낸 감정을 주변에 알려야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왜 이러고 있는지를 주변에 사람들이 알아야 도와줄 수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소하고,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내 인생을 우울과 불안으로 가득 채우는 행위는 짧은 시간을 끝내야 한다. 엄마의 불안과 우울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 건강한 엄마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다. 엄마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도록 '나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다.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내가 가져야 한다. 내 인생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자. '아이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사는데, 힘들기만 하다.'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나를 어려움에서 꺼낼 의지를 다져야 한다. 나를 나로 바로 서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엄마 인생의 주도권은 엄마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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