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작.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급하게 가야 할 때, 바닥에 놓인 물건에 발을 찧어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경험이 많다. 아픈 것은 물론이고, 물건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그 물건은 누가 거기에 놓았는가? 대부분 내가 놓아둔 것이다. 언젠가 물건을 옮기다 임시로 거기에 두었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아픈 발가락을 움켜쥐고, ‘이제 물건의 자리를 찾아 줘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픔이 가시면 그 생각은 바로 잊힌다. 나를 아프게 했던 물건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다.
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걸까? 물건의 자리만 정해 놓으면 불편할 일도, 아플 일도 없는데, 왜 그 자리에 그냥 두는 걸까?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치워버리면 발에 채일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물건을 치우고, 비우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일까?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거나 자리를 정해주는 일이 귀찮기는 하다. 당장 하지 않아도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귀찮음이 불편함을 이긴 상황이다.
그렇다면 귀찮음을 이겨내고,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소유하는 물건을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제 자리에 차곡차곡 정리된 물건과 방바닥이 훤하게 드러나 있는 공간은 움직임을 편하게 하고, 동선을 짧게 할 것이다. 집안일을 할 때 시간과 노력이 절약될 것이다. 제자리에 잘 들어가 있는 물건들은 필요할 때 찾기 쉽다. 바닥에 내려와 있는 물건이 없으면 청소도 간편하고,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의 개수는 얼마나 될까?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안다. 책상 위에 놓인 연필과 볼펜의 개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한 번에 연필 한 자루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인데, 왜 수십 자루를 소유하고 있는 걸까? 어디 연필뿐이겠는가? 욕실에 수건은 몇 장이 있으며, 휴지는 몇 롤이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집 가까이에 마트가 있어서 필요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잠자기 전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세상이 아닌가? 많은 물건을 집 안에 쌓아 두고 살 필요가 없는 시대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소유를 줄이고 편하게 살 수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많은 것을 소유할 것인가? 몸과 마음이 편하기 위해 조금만 소유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과도한 소유를 포기함으로써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행복의 근원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놓아버림으로써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여유로움. 즐거움. 단순함. 집중. 행복.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다.